스페이스X·앤스로픽 이어
오픈AI도 올가을 상장 전망
증시 물량 흡수 여부 촉각
신규 자금 유치 촉매 기대도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미국 증시의 자금 흐름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까지 가세한 초대형 IPO 물량의 기업가치가 4조달러에 육박하면서 신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될지, 기존 빅테크와 증시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지를 놓고 월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AI 공룡들 상장 전쟁 본격화
오픈AI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방식으로 상장예비심사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상장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가을 뉴욕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AI는 성명에서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있을 때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상장에는 복잡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서류 제출을 통해 필요할 경우 조기 상장에 나설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지난 3월 1220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비상장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장에서는 상장 시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픈AI의 상장 추진은 AI 업계 전반의 자금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은 지난주 IPO 서류를 제출했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도 이번 주 사상 최대 규모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IPO는 AI 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바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누가 먼저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느냐가 앞으로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발 주자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먼저 확보할 수 있고, AI 산업의 대표 기업이라는 상징성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조달러 IPO…증시 유동성 시험대
이들 기업의 상장은 미국 증시 유동성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 스페이스X의 예상 기업가치를 합치면 약 4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상장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약 6%에 해당한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대규모 신규 상장이 쏟아졌던 시기와 맞먹는 규모다.
관건은 시장이 이들 물량을 흡수할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이들 외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이미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세기 철도 건설 붐을 넘어설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은 영업 현금흐름으로 투자를 감당했지만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을 줄이거나 부채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후에는 신규 주식 발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미국 증시를 떠받쳐온 구조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지난 수십년간 상장폐지와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확대 등으로 상장 주식 공급이 감소하는 반면 투자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적 수혜를 누려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유동성 공급도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픈AI와 스페이스X, 앤스로픽 등 초대형 AI 기업들의 IPO가 잇따르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가 ‘주식 공급 부족 시대’를 마감하는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 발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주요 주가지수 편입 효과와 지수를 따라 자동으로 투자되는 자금 유입, 기관투자가들의 현금 보유 규모 등을 고려하면 시장이 신규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마이클 애슐리 슐먼 세리티파트너스 파트너는 “오픈AI의 상장은 AI를 하나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는 흐름을 가속화해 더 많은 자금을 AI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AI 기업 IPO가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상장 이후로 향하고 있다. 통상 상장 6개월 뒤 내부자들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이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내부 투자자와 임직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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