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
20대 4.4%p ↓·30대 3.5%p ↓
40대 4.1%p ↓… 60대 10%p ↑
세대간 일자리 양극화 한층 심화
고용시장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와 사회의 허리 격인 40대의 임금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반면, 60대 이상 고령자는 은퇴 없이 더 오래 같은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상이다. 커지고 있는 경제 규모에 비해 ‘고용없는 성장’과 K자형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인구 감소 등의 인구구조 변화가 가장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인공지능(AI)·자동화로봇 확산과 산업 전환의 구조적 문제, 대기업 선호 현상과 지역 중소기업 기피 등 청년의 인식 변화, 일자리 미스매칭과 양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연령대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임금근로 일자리 비중은 지난해 4·4분기 13.6%(286만7000개)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7년 1·4분기 18%(313만9000개)에서 4.4%p 감소했다. 30대와 40대 연령층도 8년 새 각각 3.5%p, 4.1%p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의 임금 일자리는 10%p나 증가했다. 인구가 감소한 청년층이 점유해온 임금 일자리 자체가 줄었고,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장년층과 60대 이상이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용시장의 변화는 우선 인구구조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20대 인구는 지난 2018년과 비교해 7년 사이 75만명이 줄어든(2018년 2월 기준 638만명→ 2025년 11월 563만명) 반면, 60대 이상 인구(1057만명→1483만명)는 426만명이 늘었다. 경제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는’ 20~30대가 70만명을 넘어섰고, 이런 영향 등으로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는 점도 이유다.
이는 형태별 임금근로 일자리 추세에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이를 보여주는 첫 통계치인 2018년 1·4분기(총 임금근로 일자리 1774만5000개)와 가장 최근인 2025년 4·4분기(2112만3000개)를 비교하면 ‘지속’ 일자리(동일한 기업체와 근로자가 일자리 점유) 비중은 67.8%에서 73.4%로 5.6%p 증가했다.
반면 ‘대체'(퇴직·이직)와 ‘신규'(기업체 신설·사업 확장) 비중, 즉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7년 새 5.5%p 감소했다.
최재혁 국가데이터처 행정통계과장은 “모수인 전체 임금일자리가 2100만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p 안팎의 하락은 적은 규모가 아니다”면서 “그만큼 빠른 속도로 고용시장의 경직성이 심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이 계속 커지면서 임금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닌데도, 신규 고용이 쪼그라들어 고용시장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산업별 임금 일자리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고학력이 보편화된 청년층은 대기업 등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바에는 ‘그냥 쉬거나’ 저임금·단기성 일자리로 버티고 있다. 60대 이상, 특히 남성들은 근무하던 제조업에서 숙련공으로 계속 일하고, 여성은 일자리가 급증한 노인·아동돌봄서비스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 제조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전체 임금일자리 중 79%(1643만개)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 제조업에는 청년들이 새로 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의 고액 성과급 지급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대기업 선호를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청년 일자리 감소 등의 고용 악화를 개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청년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10만명에게 대기업 직업훈련, 공공일자리 제공 등의 단기 대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 해법과는 괴리가 큰 상황이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직업에 대한 인식 전환,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제조·건설, 정보기술(IT), 관광·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국가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규제 해소 등 법·제도가 적극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