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머레이 리플 아시아태평양 총괄
韓, 개인투자자 보호 중심 규제 설계
기관 참여 늘리기 위해선 변화 불가피
美 지니어스법, 글로벌 기준으로 봐야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이 제도 정비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관 참여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제도 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시장이 기관 중심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질서에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규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암호화폐를 넘어 글로벌 결제·재무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오나 머레이 리플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사진)은 24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규제 변화부터 자사 스테이블코인인 ‘리플USD(RLUSD)’ 전략,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리플의 장기 전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리플이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 일관되게 확인한 흐름이 있다. 규제 명확성을 갖춘 시장일수록 성장 속도가 빠르고 신뢰도 높은 기관 참여자들이 유입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한 파일럿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들어낸다. 싱가포르와 홍콩,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점차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정책 논의가 아니라 기관 도입을 실제로 가속화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SBI가 향후 RLUSD 유통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체계 안에서 활용되는 실제 사례가 확대되는 흐름 가운데 하나다. 일본처럼 제도 기반이 비교적 먼저 마련된 시장과 한국처럼 제도 논의가 빠르게 진행 중인 시장 모두 중요한 변화 국면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기관 도입 확대를 위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시장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구가 존재하고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금융산업 역시 적극적이다. 다만 현재 규제 구조는 개인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기관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단계적 기관 접근 허용과 명확한 토큰 분류 체계, 은행 수준의 커스터디(수탁) 요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필요하다. 한국 금융위원회의 로드맵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긍정적인 신호다. 실제로 주요 기관들도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이미 인프라 테스트를 시작하고 있다.
―기관 참여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규제 명확성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기반이다. 기관은 명확한 규제 없이 움직이지 않으며 기관 도입 없이는 생태계도 확대되기 어렵다. 리플은 오랫동안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이 만나는 영역에서 사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규제 명확성이 확보된 시장일수록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현재 리플은 전 세계 75개 이상의 규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요 결제기관(MPI) 라이선스 확대 승인과 영국 금융감독청(FCA) 라이선스, 룩셈부르크 전자화폐기관(EMI) 라이선스, 호주 금융서비스 라이선스 등을 확보했다. 이러한 라이선스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규제기관과 기관 고객들에게 리플이 장기적으로 책임을 지는 신뢰 가능한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다.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는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지니어스법은 단순한 미국 내 규제 이슈를 넘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약 3000억달러(약 455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대부분은 달러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이 100% 유동성 준비금과 독립 검증, 명확한 상환 권리 등을 의무화하면 이는 미국 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금융기관과 규제 당국, 기업 재무 조직이 스테이블코인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은행과 결제 기업, 자산 운용사 역시 법적 확실성이 확보되면 실제 도입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왔다.
다만 미국은 글로벌 기축 통화 발행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