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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만 한다"더니, ‘삼전닉스’ 수십번 단타 친 김부장[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초보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생각’보다 ‘행동’을 관찰하라

영화 배트맨비긴즈.

[파이낸셜뉴스]

“우리를 정의하는 건 내면의 모습(생각)이 아니야. 우리가 실제로 행하는 행동이지.

(It’s not who you are underneath, it’s what you do that defines you.)” < 영화

<배트맨 비긴즈, 2005년 개봉>

레이첼(케이티 홈즈)의 대사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배트맨 비긴즈>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과 여성 검사보 레이첼이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브루스 웨인의 방탕한 재벌 행세에 어릴 적 친구 레이첼이 정곡을 찌르는 말을 던집니다. ‘생각보다는 행동이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한다.’ 이 말은 영화 후반부 배트맨의 대사로 다시 한번 나오면서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임을 암시합니다.

영화의 주제와도 같은 이 대사는 초보 투자자의 정체성을 판단할 때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투자자인지는 투자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누적된 ‘행동’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투자자인지 알면 자신의 추후 행동을 예견하고 적절한 조치(의사결정)를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투자자의 정체성(나는 어떤 투자자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나의 성향은 트레이더일까 인베스터일까

어느 쪽에 관심이 가는지 표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트레이더’나 ‘인베스터’ 중 어떤 성향인가요? 자신의 투자 취향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또 평소 투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실제 투자 행동은 일치할까요? 확인하기 위해 아래 세 가지 질문을 한번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트레이더’와 ‘인베스터’가 공식적이고 명백한 구분은 아닙니다. 어떤 성향이 절대 옳다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 한 명에게 혼합된 행동도 많이 보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구분으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나의 실제 투자 행동은 어땠는지 체크(✔)해보기

첫째, 그동안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했나요?

① ‘주가 급락 이유’ 및 ‘주가와 기업 가치’를 분석해 분할 매수 기회인지 따져본다 ( ) ② 내가 정해놓은 ‘손절 기준’에 도달했으면 기계적으로 매도한다 ( ) ③ 추세 이탈로 판단하여 비중을 줄이거나 포지션을 정리한다 ( ) ④ 기존에 세운 투자 원칙이 훼손된 것인지 검토해본다( 훼손이면 매도, 아닐 경우 유지 ) ( )

둘째,

매수할 때 어떤 사항을 주로 검토

했나요?

⑤ 재무제표, 기업 실적, 산업 전망 ( ) ⑥ 기업의 주가 대비 기업의 가치 비교 ( ) ⑦ 차트와 거래량, 손절 가격 ( ) ⑧ 이동평균선, 종목 당 최대 허용 손실 규모 ( )

셋째,

보유 종목 주가는 대략 몇 번이나 확인

하나요?

⑨ 매일 궁금할 때마다 수시로 본다 ( ) ⑩ 분기·연 실적 발표 시점 등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 ) ⑪ 30분, 1시간, 3시간 장중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주 본다 ( ) ⑫ 뉴스나 정보 입수로 기업 가치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에 본다 ( )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코스피는 전일보다 4.78포인트(0.08%) 오른 6017.22에 개장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승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가지 질문에 대한 12가지 답변 중 ①,④,⑤,⑥,⑩,⑫ 6개 항목을 주로 선택했으면 인베스터 성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②,③,⑦,⑧,⑨,⑪ 6개 항목을 주로 골랐으면 트레이더의 성향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내가 행동으로 드러냈다고 해서 그 성향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결과는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투자 시에도 유사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행동이 적합한 투자 방식인지 여부를 떠나 반복한다는 사실만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누적되었고, 앞으로 반복될 행동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그 분야 공부를 먼저 해보는 것이 합리적

일 것이라는 아이디어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트레이더 행동을 보였으면, 차트 패턴·거래량·이동평균선·시장 수급·손절매·추세 추종 매매· 데이 트레이딩·스캘핑·스윙 트레이딩·기술적 분석 등에 대해서 우선 공부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서점에 가서도 이런 용어들을 설명한 책을 보기 시작하면 됩니다. 반면 자신이 인베스터 행동을 주로 했다면, 우선 재무제표· 기업 실적· 기업가치· 안전마진·펀더멘털·산업 전망·기본적 분석 등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역시 유관 내용이 담긴 책을 찾아 읽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즉, 트레이더나 인베스터 중

자신이 일관된 행동을 보이는 분야의 공부를 먼저 하고, 익숙해지면 다른 분야를 추가적으로 학습

해보시기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내 생각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충동 구매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는 평소의 생각과 다른 감정에 이끌려서 구매해놓고 뒤늦게 구매 이유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늘 합리적 소비를 ‘생각’하지만 실제 ‘행동(구매)’은 다르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가 옳다고 보는 투자에 대한 ‘생각’은 A이지만 매매의 순간에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B로 ‘행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 생각 A가 아닌 내가 할 행동 B에 대해서 먼저 공부를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코스피가 전날보다 177.31포인트(2.99%) 내린 5760.35에 개장한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5.47포인트(2.05%) 내린 737.76에 거래를 시작했다.사진=뉴시스화상

흥미로운 점은 초보 투자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투자자 본인이 말하는 지향점과 실제 행동이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상당수 초보 투자자가 자신을 인베스터로 표현합니다. 반면, 실제 매매 행동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보면 인베스터라기보다 트레이더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사례를 들겠습니다. A씨는 얼마 전에 꾸준히 동행할 수 있는 우량한 기업을 매수했다고 말합니다(인베스터). 그러나 주가 10% 정도만 오르내려도 며칠 만에 서둘러 팔거나 삽니다(트레이더). B씨는 기업의 가치가 계속 증대한다며 장기투자의 복리 효과를 기대합니다(인베스터). 이어 주가가 조금 떨어지기라도 하면 손절매 여부를 상담해 옵니다(트레이더). 인베스터처럼 말하고 트레이더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을 트레이더 성향으로 소개했던 투자자 C씨의 경우입니다.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할 때까지 트레이더의 방식인 기계적인 손절매(stop-loss) 조치를 못합니다. 갑자기 인베스터 관점으로 전환하여, 회사의 미래 비전과 장기 성장을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두 가지 투자 성향을 번갈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닙니다. 심리적인 자기 합리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일관되게 행동하는 방식을 일단 파악하고 그 영역부터 먼저 공부해 나가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달랐던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경험도 하게 될 것입니다. 이후 다른 영역까지 공부해 익숙해지면 기업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이 좀 더 유연해질 것입니다. 결과가 다르다고 혹은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이브리드로 투자 마인드셋을 전환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필요 시 양쪽의 관점을 이용하는 신축적 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트레이더와 인베스터 두 종류의 투자 성향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만 어떤 투자 스타일이 옳거나 우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초보 투자자가 자신의 ‘실제 행동’에 근거하여 공부해두면 결정의 순간에 많은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결국 ‘내가 주로 행동하는 쪽의 스킬을 익히다 보면 제대로 된 행동을 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자의 행동에 대한 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시장을 통제하지는 못해도 우리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있다. 또 시장이 주는 정보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해석을 통제할 수도 있다. 우리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이도록 주변 환경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그래야만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통해서 정보를 인식할 수 있으며, 항상 자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신세계를 꾸밀 수 있다.

마크 더글러스 <투자,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제2장 「투자의 유혹과 위험」중에서 발췌>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케이피아이투자자문 인치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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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