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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10억인데, 98만원씩 적자"···남을 아내 위한 노후 설계 [머니설계사무소]

⑫ 60대: 홀로 남을 배우자를 위한 노후설계

집 7억2000만원·금융자산 3억원에도 아내 걱정

남편 사망 후 아내 연금소득 월 132만원

목표 생활비 230만원…매달 98만원 부족

즉시연금·인컴 투자로 채우고 요양자금 따로

남편만 알던 돈 관리, 아내도 할 수 있게

챗GPT

[파이낸셜뉴스] 안정적인 보금자리와 금융자산 3억원을 마련한 부부도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까지 안심할 순 없다. 함께 살 때는 넉넉했던 생활비가 어느 한 쪽의 사망 이후엔 부족해질 수 있다. 연금 등 매달 들어오는 현금은 주는데, 주거비와 의료비는 그만큼 아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사람이 돈 관리를 도맡아왔다면 남은 배우자는 생활비를 어디서, 얼마나 꺼내 써야 할지부터 막막해진다. 배우자를 위한 노후 준비는 재산을 남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혼자서도 생활비를 확보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놔야 한다.

집도 현금도 있는데…남편의 걱정은

“제가 먼저 떠나도 아내가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김정호씨(가명·69)는 최근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지면서 홀로 남을 아내 박영희씨(가명·67)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결혼 후 40년 넘게 예금 가입부터 투자, 연금 인출까지 돈 관리는 모두 정호씨 몫이었다. 아내는 생활비 통장 관리 외에는 금융상품을 다뤄본 경험이 거의 없다.

김정호·박영희씩 부부 월 현금흐름

부부는 수도권에 위치한 7억2000만원 상당 아파트에 살고 있다. 대출은 없다. 금융자산도 3억원이다. 부부의 월소득은 380만원으로 생활비 320만원을 쓰고도 60만원이 남는다. 두 자녀는 이미 독립했다.

문제는 정호씨가 먼저 떠난 뒤다. 재산은 그대로여도 매달 들어오던 소득까지 그대로 남는 것은 아니다.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는 남편 사망 이후 아내가 받을 월 소득부터 계산했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을 받아도 한 사람이 사망하면 두 연금을 합쳐 받을 수 없다. 자신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수급권이 함께 생기면 중복급여 조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조 설계사는 이번 상담에서 남편 사망 시 예상 유족연금액을 월 72만원으로 가정했다. 아내가 자신의 국민연금 85만원을 선택하면 유족연금의 30%인 21만6000원을 추가로 받아 월 106만6000원을 받는다. 기존 개인연금 25만원을 더하면 정기소득은 약 132만원이다.

반면 생활비는 혼자 산다고 절반으로 깎이지 않는다. 관리비와 공과금, 주택 유지비는 계속 나간다. 아내의 목표 생활비를 월 230만원으로 잡으면 매달 약 98만원이 모자란다. 매달 60만원이 남던 가계부가 98만원 적자로 전환되는 셈이다. 남편의 퇴직연금 잔액 등을 포함한 금융자산으로 이 빈칸을 채울 방법이 필요하다.

1억원으로 ‘평생 월급’

조 설계사는 금융자산 3억원 중 남편의 치료·간병에 대비할 2000만원을 남겨두고, 나머지 2억8000만원을 아내의 노후 재원으로 나눴다.

챗GPT

우선 1억원은 종신형 즉시연금 가입 재원으로 배정했다. 67세 여성이 1억원을 일시납으로 종신형 즉시연금에 가입할 경우 예상 수령액은 월 40만원 안팎이다. 실제 지급액은 보험사와 보증기간 등 계약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즉시연금의 역할은 아내가 얼마나 생존하든 생활비 일부를 꾸준히 충당하는 데 있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어떤 자산을 팔지 매번 고민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를 더하면 아내의 정기소득은 월 약 172만원으로 늘어난다. 목표 생활비까지 남은 부족액은 약 58만원이다.

이 부족분은 1억4000만원 규모의 인컴 포트폴리오로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자와 분배금 등으로 연간 약 7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우량채권과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배당을 확보하고, 커버드콜 ETF도 일부 편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통장에 찍히는 분배금만 보고 투자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분배금을 받아도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투자성과는 손실일 수 있다. 생활비를 더 받으려다 노후 밑천이 줄어드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완충자금’은 따로 준비

나머지 자금에도 역할을 부여했다. 1500만원은 투자자산의 분배금이 줄었을 때 생활비를 채울 완충자금이다. 월 부족액 약 58만원을 기준으로 2년가량 버틸 수 있다. 시장이 나쁠 때 자산을 급하게 팔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돈이기도 하다.

의료·요양 예비자금 2500만원도 별도로 뒀다.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더라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생 간병비를 해결할 돈이라기보다 요양 초기에 쓸 수 있는 안전판이다.

계좌도 아내가 관리할 수 있도록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생활비 계좌와 투자계좌, 의료·비상자금 계좌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지금부터 아내가 직접 잔액과 입금내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분배금이 줄면 어느 돈부터 쓸지, 자산 점검은 누구와 할지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자녀에게 남기고 싶다는 집은 마지막 재원으로 남겼다. 연금과 금융자산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되, 예상보다 오래 살거나 요양비가 커져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주택 활용을 다시 검토하는 순서다.

조 설계사는 상속보다 생존 배우자의 생활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자녀에게 집을 남기는 계획도 아내의 생활비가 확보된 뒤에야 지킬 수 있다.

조 설계사는 “노후설계의 본질은 ‘얼마를 남길까’가 아니다”며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떠나더라도 생활비가 들어오고, 건강이 나빠져도 필요한 돈을 꺼낼 수 있으며 복잡한 투자 판단 없이 삶이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

는 AFPK 자격인증기관인 한국재무설계협회(IFPK)와 함께 삶의 설계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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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