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30대: 내 집 마련 이후의 고민 내 집 마련은 했는데 남는 돈 없어 수익률 높은 투자 상품보다 고정비 구조 재설계가 우선
시진=챗GPT
[파이낸셜뉴스] ‘내 집 마련’은 많은 이들의 꿈이다. 하지만 어렵게 집을 구했다고 가계의 모든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집은 자산으로 남지만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여기에 가족 보험료, 자녀 교육비까지 동시에 커지면 매달 수중에 남는 돈은 ‘한 줌’이다. 특히,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부라면 더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이때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상품으로 수입을 불리려 하기보단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 구조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내 집은 있는데, 한달에 남는 돈은 20만원
39세 박성훈씨(가명)와 37세 김미정씨(가명) 부부는 20대부터 아등바등 돈을 모아 최근 수도권에 자가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성훈씨는 중견기업 과장, 미정씨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한다. 합산 월 실수령액은 약 690만원이다.
7살 자녀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서는 “30대에 내 집 마련까지 했으니 이젠 든든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부부의 사정은 달랐다.
“월급은 매달 들어오는데 이상하게 남는 돈이 없어요.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육비가 더 늘텐데, 그때부터는 적자가 날 것 같습니다.”
부부는 주담대와 자동차 할부, 보험료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줄여도 통장에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보험을 줄여야 할지, 대출을 먼저 갚아야 할지, 교육비는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할지 기준을 세우기 위해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를 찾았다.
부부의 월 지출을 정리해보니 원인이 조금씩 드러났다.
월 소득은 690만원이지만 지출은 670만원에 달했다. 매달 통장에 남는 돈은 실제 20만원이었다. 비상자금을 쌓기도, 자녀 교육비 증가에 대비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노후 준비를 위해 별도의 돈을 떼어놓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출 내역 뜯어보니…
부부를 짓누르는 지출은 대출 상환이었다. 원리금 170만원에 자동차 할부 45만원을 더하면 매달 215만원, 실수령액의 약 31%가 빚을 갚는 데 쓰였다. 집은 생활비 확보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 설계사는 “자산은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현금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월 95만원(소득의 약 14%)에 달하는 가족 보험료도 부담이었다. 조 설계사는 “일반적으로 가계의 보험료는 월 소득의 7~10% 안팎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가족 보험료가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도 걱정거리다. 현재 교육·돌봄비는 월 60만원이지만 학원비와 방과 후 수업, 교재비 등이 더해지면 적자로 돌아선다. 입학 전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교육비 상한선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비상자금은 약 800만원이다. 월 지출 670만원을 고려하면 한 달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정도다. 대출과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이라면 소득 중단이나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해 최소 3개월치 필수생활비를 마련하는 게 적정하다.
투자는 나중에, 고정비 구조를 재구성하자
조 설계사가 부부에게 제안한 것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도, 대출 조기상환도 아니었다. 고정비를 세 가지로 나누는 일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처럼 당장 줄이기 어려운 비용과 보험료·통신비·자동차 비용처럼 조정 가능한 항목, 앞으로 늘어날 교육비와 노후 준비금을 구분하면 손댈 순서가 보인다.
가장 먼저 점검할 항목은 월 95만원의 보험료였다. 그렇다고 보험을 모두 해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복 보장과 불필요한 특약을 덜어내고, 가족에게 필요한 보장만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다시 맞춰야 한다.
이 순서로 살펴보면 중복 보장과 불필요한 특약을 줄이고, 저축성 보험을 별도로 검토할 수 있다.
조 설계사는 “대출 조기상환과 장기 투자는 이 구조가 갖춰진 뒤에 여유자금으로 선택할 문제”라며 “가계가 흔들릴 때 꺼내 쓸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의 조기상환은 재무 안전성을 오히려 낮추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자금 없이 대출부터 무리하게 갚으면 가계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노후 준비도 중단해선 안 된다. 자녀 교육비에 밀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납입을 끊으면 재개가 어렵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최소 금액을 꾸준히 넣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의 미래 준비는 반대되는 선택은 아니다.
이렇게 고정비 구조를 재설계한다고 돈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부에겐 막연한 불안 대신 선택의 기준이 생겼다. 문제는 소득이 적거나 씀씀이가 지나친 게 아니었다. 집과 보험, 교육비처럼 꼭 필요하다고 여긴 지출이 하나씩 커지는 동안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었다.
조 설계사는 “자녀가 있는 30대 후반 부부의 재무설계는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며 “매달 반드시 나가는 돈과 조정할 수 있는 돈, 앞으로 늘어날 돈을 먼저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
는 AFPK 자격인증기관인 한국재무설계협회(IFPK)와 함께 삶의 설계를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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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