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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다음 달 2일부터 주가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기업들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딱지가 붙는다. 장부상 가치 대비 주가가 저조한 기업들의 가치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상당하다.
일괄적인 ‘꼬리표 붙이기’보다는 기업과 산업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PBR 개선계획을 제출한 회사는 코스닥 28곳, 코스피 45곳 등 총 62곳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공시가 잇따른 것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저PBR 기업 공표제’ 적용을 피해 가기 위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시장과 업종별로 매반기 PBR을 산정해 누적 3년(6반기)간 PBR이 코스피 상장사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드는 기업들을 공표할 예정이다.
첫 공표일은 다음 달 2일로, 매년 5월과 11일 첫 거래일에 거래소 홈페이지와 증권사 MTS의 해당 기업 정보에 ‘저PBR’ 태그가 표시된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장부가치 대비 주식시장에서 얼마큼의 평가를 받는 지를 보여준다. 가령 PBR 0.5배라면 시장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순자산 절반으로만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번 공시는 단순히 PBR이 낮은 기업을 문제 삼진 않는다. 누적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서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을 공개하고, 기업가치 개선 노력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PBR 개선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은 1년간 공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한이었던 지난 22일까지 기업들이 줄줄이 공시를 낸 것이다. 다만 시장·업종별 누적 6년(12반기) 이상 PBR이 코스피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드는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공표 대상이 된다.
상장사들이 내놓은 개선 계획을 보면 그간 주가가 저평가 받아온 원인과 앞으로의 목표, 실행계획 등이 담겨있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통한 주당 가치 제고 노력이 대부분 공통으로 담겼고,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ROE 개선 목표 등도 언급됐다.
다만 첫 공시 앞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국거래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저PBR 공시 대상 기업은 최대 220개 사로, 여기서 6년 넘게 저PPR 상태가 지속돼 개선계획 공시로도 면제되지 않는 기업들은 120개 사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번 자율 계획을 제출한 기업들은 62개 사에 그치면서 기업 자구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와 달리 ‘낙인찍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 공표라는 방식 때문에 기업들의 가치 제고 노력이 주주환원 확대로만 강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창 성장 중인 중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성장동력을 우선 키우고,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선후관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는 이번 국감에서도 제기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낮은 수익성, 성장동력 부족, 비효율적 자본배분, 취약한 지배구조 등이 기업 저평가 요인으로 다양하게 작용한다”며 “R&D나 투자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PBR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결국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PBR 하나로 기업을 평가하기보다는 기업별로 처방을 나눠야 한다”며 “성장성이 부족한 기업은 R&D개발 비용이나 신사업 투자를, 자본효율성이 낮은 기업은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도록,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주주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