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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파주’…물길 따라 걷기 좋은 길 조성

한반도 ‘평화의 수도’라고 부르는 땅을 걷는다. 통일로 가는 길목의 들녘은 드넓다. 풍성한 가을걷이를 맞는 들판을 살찌우는 하천길을 따라 걷는다. 이 길은 자칭 평화의 수도라고 부르고 있는 ‘파주坡州’ 땅이다. 경기도 북서부에 있는 파주는 북한과 임진강을 마주 보고 접해있는 접경도시다. 파주의 대부분 땅은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런 영향으로 파주는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오랜 숱한 역사가 있는 고장이다.

파주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황희’정승과 율곡 ‘이이’의 유적지가 있다. 관광지로는 판문점과 임진각국민관광단지, 오두산통일전망대, 자유의 다리 등이 볼거리다. 2000년 이후에는 아름다운 헤이리 예술마을이 조성되고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섰다. 푸른 드넓은 들녘에는 각종 공장과 하얀 비닐하우스들이 점령하고 있다. 고부가창출을 위한 우사와 각종 과실수가 들어섰다. 옛 파주의 들녘 모습이 아니다.

장마전선이 잠시 주춤한 틈을 이용하여 파주의 자연을 따라 걷고자 나섰다. 파주에는 ‘DMZ 평화누리길’이 조성되어 있다. 하천과 물길을 따라 자전거길이 조성되었고 조성 중이다. 아라뱃길 자전거길을 답사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떤 길인가 궁금하여 찾은 길이다. 파주의 주요 하천은 한강과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갈곡천, 금산천, 공릉천, 미암천 등 크고 작은 하천이 있다. 이번 답사의 들머리는 경의중앙선을 이용한 파주역이다.

파주역에서 갈곡천을 둑길을 따라 파주읍과 애룡지를 거쳐 법원읍까지다. 법원읍에서는 해바라기 군락지와 벽화골목을 둘러본 후 ‘벽초지수목원’이다. 본래 계획은 벽초지수목원 관람 이후 금산천을 따라 월롱역까지였으나 방축사거리에서 걷기 답사를 마무리했다. 갈곡천 들머리 파주역은 1965년 경의선 간의 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1998년 월롱역이 생기면서 문산 방면으로 이전한 현재의 신 파주역이 있다.

파주역 앞에는 붉은 아치형 다리가 있고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잠시 여장을 점검하면서 넓은 들녘을 바라본다. 들판 너머로 커다란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보인다. 갈곡천은 보통 하천으로 온갖 수생식물이 자리 잡고 있다. 하천바닥은 푸른 숲으로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낮은 산에 모 대학교가 보인다. 하천변에 커다란 미곡정미소가 보인다. 얼마나 넓은 들녘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벼보다는 다른 대체작물과 공장, 외양간들이 점령하고 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햇볕은 따갑고 기온이 30도를 넘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산하를 보면서 무작정 쉼 없이 걷는다.

파주 읍내다. 읍내로 발길을 옮긴다. 파주 전체를 굽어보는 봉서산216m이 보인다. 봉서산은 파주의 진산으로 파주읍 뒷산이다. 봉서산에는 오동나무가 많은 산으로 봉황이 이 오동나무에서 살면서 대나무 열매를 따 먹고 노래를 부른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이라 한다. 역사적으로 조선 7대 왕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 파평 윤씨의 고향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름에 대한 설명이다. 봉서산에는 산성이 있는데 문산 포구를 바라보는 군사요충지로 파주를 사수했다고 한다. 산성은 백제 때 축조하였으며 ‘권율’ 장군과도 관련이 있다는 산성이다.

경기옛길 코스 중 봉서산 산행 들머리에는 ‘파주향교(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3호)’와 대성전(경기도 문화유산자료 제13호)이 있다. 향교가 군부대 옆에 있어 찾아오는 인적이 드물겠다는 생각이다. 파주향교는 태조 7년(1398)에 지었다 한다. 파주향교를 출입할 수 없어 아쉽지만, 공자를 비롯한 그 제자, 우리나라 성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여타 다른 향교와 다를 바 없는 설명이다. 홍살문 앞에 하마비와 커다란 보호수가 인상적이다. 1870년 홍수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파주읍을 지나 갈곡천에 있는 파주체육공원을 뒤로 한 후 연풍리의 도착이다. 연풍리 입구에 거북이도서관(공원)이 있다. 왜? 거북이 이름을 사용하는지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궁금하다. 연풍교를 지나 가로막이 처있는 마을을 지난다.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침인데 이상한 불빛들이 커져 있다. 복장들도 흔히 볼 수 있는 복장들이 아니다. 마을이 거의 폐허 상태다. 골목에는 보기도 듣기도 거북한 구호들이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매매 이제 그만! 아직도 소수는 영업 중이다. 말로만 들었던 기지촌 양주골이다. 빠른 걸음걸이로 골목을 벗어났다.

연풍삼거리를 지나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여 애룡교의 도착이다. 여기에는 작지만, 파주의 문화가 있는 작은 저수지 ‘애룡지’가 있다. 애룡지 입구에는 수많은 시화가 전시되고 있다. 매년 봄이면 봄맞이 시화전이 열리는 호수다. 올 봄에도 지난 3월에 봄의 소리를 담은 시화전이 열렸다고 한다. ‘다가가 보지 않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나에게 지는 것’이라는 한 편의 시화가 눈에 들어온다. 애룡지 주변에는 맛집과 맛있는 카페가 즐비한 작은 애룡지다. 애룡지의 물도 갈곡천으로 유입된다.

갈곡천은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변신 중이다. 갈곡천은 크고 작은 산과 계곡에서 작은 하천이 합류하여 흐르는 지방하천이다. 법원읍에서 파주역을 거처 문산천과 합류하여 임진강으로 흐른다. 하천 산책로를 찾아 노고산 401m 등이 감싸고 있는 법원읍의 도착이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법원읍은 교통편이 좋으며 율곡 이이의 유적지와 자운서원 등이 있는 문화유적의 고을이다. 생동감이 있는 마을로 서울에서 버스(774)가 운행되고 있다. 갈곡천 주변에는 군부대가 많다.

파주 법원읍까지 찾은 이유는 해바라기 군락지 가야4리와 대능4리 벽화마을 때문이다. 일명 ‘돌다리문화마을’이야기다. ‘꽃마을을 찾은 당신도 한 송이의 꽃입니다’라는 글이 새겨진 비가 이채롭다. 가야4리 해바라기 축제는 6월에 끝났다. 약 4천여 평의 대지에 해바라기꽃은 바람에 여전히 흔들린다. 철 지난 해바라기 꽃이지만 이곳을 찾은 발길이 이어진다. 해바라기 꽃을 보고 벽화마을 골목길을 찾았다. 벽화마을은 대능4리 경로당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축제가 있는 마을이다.

'희망의 꽃'을 피우는 대능4리를 소개하는 벽화(1,200m)의 글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 마을은 이주민 정착촌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 웃음꽃이 피어나는 소소한 시간여행의 벽화마을이다. 문화마을이야기는 2013년부터 시작된 마을사업이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주민들과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체 의식이 꽃피게 된 마을이라고 한다. 행복을 나누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이 깨끗하게 보인다. 마을도 아름다운 꽃처럼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다. 광탄면 비암천 변에 있는 '벽초지수목원'을 찾았다.

벽초지수목원은 동, 서양의 아름다운 정원을 모두 품은 수목원이라 한다. 1997년부터 시작하여 2005년에 연못을 중심으로 개원하였다고 한다. 약 4만여 평의 대지에 설렘의 공간에서 감동의 공간까지 총 6개의 각기 다른 테마에 27개의 동, 서양의 정원으로 조성되었다. 1,000여 종의 식물들과 계절마다 변모하는 수목원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수목원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연출하고 있어 늘 붐비는 수목원이라고 한다. 풍광이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수목원의 봄에는 튤립, 철쭉, 델피니움 등 봄꽃축제가 열리는 정원이다. 여름에는 푸른 녹음이 짙은 경관과 연못의 수련정원이 아름답다. 특히 장미정원이 아름답다고 한다. 가을에는 단풍과 함께 국화, 핑크뮬리 등 화려한 가을꽃 축제가 열리며, 겨울에는 빛의 향연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벽초지수목원이다. 영농체험학습과 단체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입장료가 있다. 이 수목원에서 빈센조 등 수십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벽초지수목원에는 연못과 어울리는 정자 파련정이 있다. 폭포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정자다. 수목원을 나와 비암천을 따라 둑길을 걷는다. 비암천에는 커다란 낚시터가 있다. 매년 겨울 파주 송어 축제가 열리는 낚시터라고 한다. 비암천을 따라 내려가면 금산천과 합류되는데 하천의 모습이 채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다 수생생물과 잡초가 하천바닥을 뒤덮고 있다. 강변의 둑길도 채 정비가 안 된 구간이 많다. 금산천 걷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무더위를 피해 방축사거리에서 월롱역행 버스에 올라 눈을 감고 몸을 기댄다.

월롱역의 도착이다. 2006년에 준공된 월롱역은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LG 직원들 출, 퇴근용으로 역이 조성되었다는 설명이다. 파주는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다운 하나의 공원이다. 원초적인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전된 지역이다. 파주역을 들머리로 곡산천과 파주읍-법원읍-벽초지수목원 등 답사를 마친다. 매년 10월 중순에 열리는 ‘율곡문화제’가 열린다고 한다. 그때 파주답사를 계획한다. 율곡 이이와 황희정승의 유적지를 중심으로 또 한 번 파주를 답사하고자 한다. 파주는 접경 지역으로 통일에 대한 설렘이 있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