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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압에 韓 ‘무제한 통화스와프’ 카드 꺼내… 3천500억달러 투자 압박에 정면 대응

[한국뉴스 이정규 기자] 정부가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관련해 미국의 강도 높은 요구에 대응책으로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역 제안했다. 

미국 투자에 따른 대규모 달러 유출로 촉발될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한 안전판을 확보하고 일방적인 투자 압박에 맞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미 관세 후속 협상과정에서 미국 재무부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공식 제안했다고 16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 요구에 단순히 끌려가기보다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성사될 경우 단순한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넘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높이는 ‘심리적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달러 유출에 따른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억제해 국채시장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국 통화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변수다. 

미국은 일본, 유로존,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과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한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이번 제안은 실제 체결 가능성보다는 무리한 투자 요구에 상응하는 ‘등가 교환 조건’을 제시해 협상 균형을 맞추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낮아지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협상 타결 전까지 25%가 유지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외환시장 변동성과 수출 산업의 부담이 겹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통화스와프를 카드로 꺼낸 것도 관세 협상 교착 속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강경한 압박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대규모 투자 이행을 요구받는 만큼 금융안정 장치를 확보하려는 통화스와프 제안은 불가피한 방어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와 수출 모두에서 한국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양국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 한해 두 차례 한시적인 통화스와프를 맺었으나 2021년에 종료된 후 상설 계약은 없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