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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음악·영상의 결합, 베리타스 뮤지케가 선보인 창작음악 무대

베리타스 뮤지케 음악제가 2025년 11월 14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일신홀에서 열렸다. ‘TVT와의 국제교류 작품발표회 – 한국 시가 있는 음악 IX <뉴욕 프로젝트>: 한국 시인과 그리니치 빌리지 시인의 조우’라는 부제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한국 시를 바탕으로 한 창작음악을 프로젝션 매핑과 결합해 선보이며 문학·음악·영상이 한 무대에서 교차하는 독창적 형식을 구현했다. 매년 새로운 기획을 선보여 온 베리타스 뮤지케는 올해 공연에서도 시적 이미지와 현대음악 어법을 시각 매체와 함께 엮어내며 창작음악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무대에는 베리타스 뮤지케 앙상블이 출연했다. 클라리네티스트 이소민과 첼리스트 이수정, 피아니스트 명지영·이은영·이혜경·정의경이 참여해 클라리넷·첼로·피아노의 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성을 들려주었다. 특히 독일에서 수학한 피아니스트 명지영 등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은 작품의 질감과 구조를 세밀하게 해석하며 각 작곡가의 개성을 안정감 있는 연주로 풀어냈다.

프로그램은 국내와 해외의 작곡가들이 함께 참여해 다층적으로 구성됐다. 도하나, 박신희, 설수경, 전순희, 조대명, 주성희 등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은 한국 시인의 언어에서 출발해 정서적 이미지와 음악적 흐름을 결합했고, 쇼코 스즈키, 윌리엄 앤더슨, 대니얼 웨이머스, 로버트 폴록 등의 작품은 그리니치 빌리지 시인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도시의 감성과 현대적 정취를 담아냈다. 시가 가진 리듬과 은유가 각기 다른 음악적 질감으로 변주되면서, 언어와 음향이 서로 공명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영상 매핑은 시적 분위기와 음색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보완하며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1984년 창립된 베리타스 뮤지케는 40년 넘게 국내 창작음악의 초연·재연을 지원해 온 단체다. 지금까지 120여 명의 작곡가와 음악학자가 참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한국 시가 있는 음악’ 시리즈처럼 문학과 음악을 접목한 기획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단체들과 협력한 교류 공연을 꾸준히 진행하며 국내 창작음악의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히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음악적 측면에서 이번 공연은 지나치게 난해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텍스트가 가진 이미지에서 출발해 곡의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클라리넷·첼로·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색 대비가 작품마다 다른 밀도를 형성했고, 선율적 요소와 현대적 화성·리듬의 결합이 시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소리로 번역해냈다. 문학적 분위기가 음악 속으로 스며들며 공연의 흐름을 잔잔하면서도 견고하게 이끌었다.

베리타스 뮤지케는 이번 무대를 통해 시와 음악, 영상 표현을 결합한 고유한 기획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 창작 기반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국내외 협력을 이어온 단체는 앞으로도 현대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시가 음악과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