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도루묵이 겨울 바다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에는 방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 동해안의 방어 어획량은 최근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어획고 역시 겨울철 주요 어종을 앞질렀다. 제철을 맞아 살이 오른 방어는 시장과 식탁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방어는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 수온이 내려가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인 방어는 체온 유지를 위해 체내에 지방을 축적한다. 이때 등과 배 쪽에 고르게 쌓이는 지방이 흔히 말하는 ‘기름’이다. 겨울 방어가 유독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는 이유다. 크기가 8kg 이상인 이른바 ‘대방어’가 인기를 끄는 것도 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이 지방의 정체는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이다. 방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가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을 묽게 해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겨울철에 방어가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로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보고돼 있다.
단백질 함량도 높다. 방어 100g에는 약 20g 내외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근육 유지와 면역 기능에 기여한다. 겨울철 활동량 감소로 근손실 위험이 커지는 중·장년층에게 특히 유용하다. 여기에 비타민 D와 셀레늄도 함유돼 있어 뼈 건강과 항산화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방어는 지방 함량이 높은 생선인 만큼 섭취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칼로리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과도하게 먹으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회로 즐길 때는 곁들이는 소스와 술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름진 부위를 선호하더라도 적정량을 나눠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건강 효과는 달라진다. 회로 먹을 경우 오메가3 손실이 적지만,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내장을 제거한 뒤 저온에서 보관하고, 가능한 한 신선할 때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구이나 조림으로 조리할 때는 고온에서 오래 익히면 지방산이 일부 파괴될 수 있어 짧은 시간 조리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방어를 ‘기름진 생선’이 아니라 ‘지방의 질이 좋은 생선’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와 달리, 방어의 지방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동해안의 새로운 겨울 대표 어종으로 자리 잡은 방어는 맛뿐 아니라 영양 측면에서도 제철 가치를 갖는다. 다만 건강식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제철의 이점을 살리되, 섭취량과 조리법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