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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특단 조치, 위기의 루브르 수장으로 베르사유 르리보 전격 발탁

프랑스 파리의 심장이자 세계 최대 박물관인 루브르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수습할 ‘구원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수개월간 이어진 대규모 도난 사건과 노조 파업, 심각한 시설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의 새 수장으로 크리스토프 르리보(62) 전 베르사유 궁전 관장이 임명됐다.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BFM TV 등 주요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1년 루브르 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으로 취임했던 로랑스 데 카르의 사표를 수리하고 르리보를 신임 관장으로 임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데 카르 전 관장의 사임을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평가하며, "보안 관련 프로젝트를 대폭 강화해 루브르에 새로운 도약을 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브르의 이번 리더십 교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문화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10월 19일 백주대낮에 발생한 1억 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19세기 프랑스 왕관 보석 도난 사건은 치명타였다. 작업복으로 위장한 범인들이 고소작업대를 이용해 침입한 뒤 불과 8분도 채 안 돼 유유히 사라진 이 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던 루브르의 보안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악재는 꼬리를 물었다. 이집트 고대 유물관 구역에서는 누수와 침수가 발생했고, 프라 안젤리코의 명작이 전시된 방의 장식 천장이 훼손되는 등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노출됐다.

여기에 1000만 유로(약 145억 원) 규모의 가짜 티켓 판매 사기가 적발되고, 지난 12월부터는 근로 조건 개선과 시설 현대화를 촉구하는 직원들의 파업까지 겹치며 박물관 운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었다.

이러한 첩첩산중의 위기 속에서 소방수로 투입된 르리보 신임 관장은 프랑스 문화계에서 검증된 '실용주의형 관리자'로 통한다.

18세기 미술사 전문가인 그는 2024년까지 오르세 미술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최근까지 베르사유 궁전 관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팬데믹 직후 오랑주리 미술관의 대규모 전시 기획과 공간 재구성을 통해 관람객을 다시 끌어모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복잡한 거대 기관을 능숙하게 다루는 에너제틱한 실용주의자에게 프랑스의 문화적 상징을 맡긴다는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르리보 관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당장 무너진 내부 조직력과 국제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피라미드 출입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규모 개조 프로젝트인 '루브르-새로운 르네상스' 계획도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

루브르가 뼈아픈 위기를 딛고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지 전 세계 문화계의 이목이 파리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