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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끄고 평화를 켜다, 20주년 어스아워가 던진 재생 에너지 화두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들이 일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위기 대응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의 29일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190여 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과 기관, 기업들은 약 1시간 동안 전등을 소등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의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를 비롯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과 회랑이 소등에 동참하며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 밀라노의 스포르차 성,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 등 주요 도시의 아이콘들도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 어둠을 택했다. 나폴리의 마스키오 안조이노와 토리노의 몰레 안토넬리아나 역시 불을 끄고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이번 20주년 행사는 유독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지난 2025년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도 상승하며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 중 하나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WWF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기술적 분석에 따르면 40와트 LED 전구 하나를 한 시간 동안 끄는 행위로 절약되는 에너지는 0.04킬로와트시 수준이다. 그러나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참여할 경우 절감 규모는 약 120메가와트시로 확대되며, 이는 약 3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리적 수치보다 전 지구적인 인식 변화와 교육적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WWF는 재생 에너지 확대를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지구촌 평화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국가 간 에너지 갈등을 줄이고 지정학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7년 단일 도시의 이벤트로 시작한 어스아워는 20년 만에 인류의 공동 책임을 상징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한 시간의 짧은 어둠은 기후 변화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 선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 강력한 침묵의 메시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