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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만찬 총격범 지적의 아이러니…트럼프, 연회장 건설에 힘 실어줬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WHCD) 행사장에서 총격이 발생한 후, 비밀경호국(USSS)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을 대피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파이낸셜뉴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31)이 범행 직전 가족에게 범행 동기와 표적을 기술한 성명서를 보낸 내용이 미국 현지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성명서엔 범행 표적을 “행정부 관료들이 표적이다. 우선순위는 고위직부터”라고 겨냥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예고했다.

눈길을 끈 건 용의자인 앨런이 성명서에 행사장의 허술한 보안을 지적한 부분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은 백악관 외부인 워싱턴DC의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일어났다.

표적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총격이 발생한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사건이) 보안이 철저한 연회장을 요구한 이유”라고 밝혔다.

성명 속 총격범의 지적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제압된 총격범. /사진=연합뉴스

26일 미 뉴욕포스트는 앨런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범죄자라고 묘사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암살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포스트가 입수해 공개한 앨런의 성명을 보면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고, 나의 대표자들이 한 행위는 나를 반영한다”며 “나는 더는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오래전부터 그런 입장이었지만, 이번이 그와 관련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첫 번째 진짜 기회”라고 말했다.

앨런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뉴욕포스트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암살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명을 통해 앨런은 행사장이 위치한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을 두고 “말도 안 될 정도로 허술하다”는 표현을 쓰며 지적했다.

그는 “만약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 이란 요원이었다면, 여기에 M2 기관총(Ma Deuce)을 들고 들어왔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앨런이 행사 하루나 이틀 전에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의 백악관 연회장 건설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윙이 새 연회장을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철거를 시작한 이스트윙 철거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회장 계획안 심사도 전에 철거부터 시작하면서 백악관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총격범 용의자가 보안 허술을 주장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표적의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 온 백악관 연회장(볼룸) 건설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 하루 뒤 트루스소셜에 “어젯밤 일어난 일은 우리의 위대한 군대, 비밀경호국, 법집행 기관, 그리고 각기 다른 이유로 모든 대통령이 지난 150년간 백악관 부지에 크고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한 연회장을 요구해온 바로 그 이유”라며 “현재 백악관에 건설 중인 군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춘 연회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빨리 지어도 모자란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연회장은 지난해 철거된 백악관 동관(이스트윙) 자리에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기부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미 연방법원 판사는 의회의 승인 없이 연회장을 포함해 백악관을 개조할 권한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공사 중단을 명령한 상태다.

이날 트루스소셜 게시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총격사건을 계기로 백악관 연회장이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지만, 이 연회장은 모든 최고 수준의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 공간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인 백악관 진입문들의 안쪽에 있다”고 설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