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페다, 발렌시아, 에스프리에야 후보.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국가들에서 치안 불안을 배경으로 우파 지도자들이 잇따라 집권하는 가운데,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대선 구도가 향후 중남미 정치 지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빈민에 농장 나눠주겠다” vs “밀림에 감옥 10개”…콜롬비아 대선 양극화
오는 31일(현지시간) 치르는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가장 앞선 후보는 여당 후보로 나선 이반 세페다 상원의원이다.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대신해 올해 대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을 지냈다.
세페다는 좌파 명문가 출신이다.
한때 대통령을 꿈꿨지만 암살 당한 좌파 지도자 마누엘 세페다가 그의 부친이다. ‘아들 세페다’는 정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로, 빈민들에게 농장을 나눠주고, 코카인 밀매 조직의 무장 해제를 유도하는 평화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회적 지출을 대폭 늘리는 한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저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무력이 아닌 문화와 제도 속에서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이탈리아 공산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줄곧 지지해온 좌파 이론가이기도 하다.
비판론자들은 세페다가 뼛속까지 마르크스주의자여서 콜롬비아를 베네수엘라나 쿠바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트로 집권기 콜롬비아 경제가 예상외로 선방하면서 대중들의 지지는 여당을 향하고 있다. 작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실업률 △주식시장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콜롬비아를 36개 부국 가운데 4위로 평가했다. 이 같은 페트로의 후광을 입은 세페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세페다의 우위 속에 우파 후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극우적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 ‘조국의 수호자들’당 후보는 최근 비약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지율 30%에 근접했다. 형사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의 모델은 엘살바도르의 철권 통치자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인데, 그는 “콜롬비아가 ‘치안 팬데믹’을 겪고 있다”면서 엘살바도르의 대표 감옥 ‘세코트’ 같은 거대 교도소를 밀림에 10개 가량 짓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대통령과 군대에 광범위한 권한을 임시 부여하는 헌법적 조치인 비상사태 활용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부켈레처럼 ‘계엄령’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마의 20%’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팔로마 발렌시아 상원의원은 전직 대통령 기예르모 레온 발렌시아의 손녀로, 콜롬비아 주류 사회를 대표하는 우파 가문 출신이다. 그는 △시장 경제 강화 △대량 구매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 △교육 우선 정책 △치안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친미주의자였던 조부를 따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국공립 교육 시스템 졸업생들이 읽고 쓰지도 못한다”고 개탄하며 공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막판 역전을 위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만나고 선거 전략가를 교체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막판 표심 결집에 전력 질주 중이다.
‘좌파 아이콘’ 룰라 흔들리나…브라질 대선판 덮친 건강 악재
한편, 브라질에선 오는 10월 통산 4선에 도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건강 전선에 이상이 감지되면서 지지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6일 브라질 일간 폴랴지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1945년생으로 81세인 룰라는 전날 피부암의 일종인 기저세포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치료는 지난달 말 제거한 피부 병변 수술에 대한 후속 조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는 룰라는 이번 피부암 진단이 대선 레이스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의 유력 상대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45세로, 룰라의 아들뻘인 정치인이다.
다만 룰라의 건강 문제가 대두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커리어 내내 온갖 질병을 이겨내면서도 통산 3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1964년 작업 중 사고로 왼손 새끼손가락이 절단된 그는 연방하원의원 시절인 1988년 급성 맹장염을 앓아 맹장을 제거했고, 2005년에는 코폴립(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11년 후두암 진단을 받은 그는 항암 치료를 견뎌냈다.
2022년에는 후두에 흰 반점이 나타나는 백반증을 앓아 최소 침습수술을, 2023년에는 고관절염 진단을 받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2024년에는 발톱을 깎다가 미끄러져 목 뒤를 부딪쳐 뇌와 두개골 사이의 출혈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해 고인 피와 체액을 빼내는 뇌 수술도 받았다.
올해는 백내장 수술에 이어 피부암 수술과 함께 방사선 치료까지 받고 있다.
이 같은 이력 탓에 현지 평론가들은 “브라질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룰라의 건강 문제가 10월 대선에서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룰라 이후 좌파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을 우려하는 외신의 지적도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이번 대선이 단순한 재선 도전을 넘어 ‘포스트 룰라’ 시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지 주목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연합뉴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