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글로벌 SMR 경쟁 본격화…한국, ‘기술’은 있는데 ‘속도’가 문제

중국 세계 최초 상업 운전, 캐나다 착공

한국은 기장 부지 확정·2035년 준공 목표

대형 원전-SMR 특징 비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중립 압력이 맞물리면서 미국·영국·캐나다·중국이 앞다퉈 설계 인허가와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17일 부산 기장군을 국내 첫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후보부지로 확정하며 실사업화 단계로 진입했다. 결국 선도국 대비 5년 안팎의 시간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한국 SMR 전략의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다.

AI·탄소중립·수출…SMR이 주목받는 3가지 이유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 127개 SMR 기술이 개발 중이지만, 실제 상업 운전 중인 것은 러시아 KLT-40S(부유식)와 중국 HTR-PM(고온가스로) 2기뿐이다. 중국은 2026년 상반기 세계 최초 육상 상업용 가압경수로 SMR ‘ACP100(링롱-1)’의 상업 운전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고, 캐나다는 2026년 5월 달링턴 부지에 BWRX-300(300MWe급) 원자로 건물 기초를 설치 완료하며 2030년 말 계통 연결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에너지부(DOE)가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3세대+ SMR 실증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영국은 25억 파운드(약 4조4000억 원)를 투입해 2030년대 중반 첫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4개사가 지난 1년간 계약한 신규 원자력 에너지 용량만 10GW를 넘어서는 등 민간 수요도 가세하고 있다.

SMR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데는 세 가지 요인이 꼽힌다. 우선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 산업의 팽창으로 기저 전원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소규모·분산 배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용인 반도체 산단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전력만 6GW에 달한다. 탄소중립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완충하는 부하추종 전원으로 SMR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으며, EU는 원자력을 조건부 녹색 투자(탄소중립 택소노미)로 인정했다. 수출 산업 육성도 이유 중 하나다. 대형 원전 시장은 수주 기회가 드문 반면, SMR은 동남아·중동·동유럽 등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규모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고 있어 한국에 새로운 원전 수출 경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연합뉴스)

한국형 SMR, 경수로·비경수로 ‘투트랙’

한국의 SMR 전략은 경수로와 비경수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구조다. i-SMR기술개발사업단은 2026년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i-SMR은 170MWe급 노심 4기를 묶어 680MWe 출력을 내는 일체형 가압경수로 설계로, 2028년 설계 인가 획득을 목표로 한다. 경수로 라인업에는 i-SMR 외에도 한·사우디 공동 개발 SMART100(2024년 9월 설계 인가 취득)과 해양 부유식 BANDI-60가 있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전략적 제휴로 해외 SMR 건설 시장을 공략 중이며,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에 투자한 데 이어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부유식 SMR(FSMR) 개념설계에 착수했고, 한화오션은 선박 추진용·해상 발전용 SMR 연구를 진행하는 등 민간 기업들이 다양한 노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SMR 건설을 위한 준비도 진행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지난 17일 부산 기장군을 국내 첫 i-SMR 건설 후보부지로 확정했다. 평가는 부지 적정성·환경성·건설 적합성·주민 수용성 등 4개 항목 100점 만점으로 진행됐으며, 기장군이 87.11점으로 경주시(84.56점)를 앞섰다. 국내 최대 원전 단지인 고리 원자력본부 내 약 22만㎡ 부지는 지반 안전성 검증과 행정 절차가 완료돼 별도의 이주·매입 없이 즉시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0.7GW 규모 SMR 1기의 준공 목표는 2035년이며, 건설 기간(2030~2035년) 동안 약 6조 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기장 부지 선정은 한국 SMR이 연구개발을 넘어 실사업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탄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조사에서 국민의 75~77%가 SMR 설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사회적 수용성은 확보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후보 부지로 대형원전 2기는 경북 영덕군, SMR 1기는 기장군을 확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18일 부산 기장군 신평마을회관 인근 도로변에 내걸린 SMR 기장군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현수막 뒤로 고리 1, 2, 3, 4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선도국과 5~9년 격차…인허가·규제가 ‘골든타임’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가장 큰 과제는 ‘시간 격차’다. 중국이 올해 상업 운전에 돌입하고, 미국은 2027년 오클로(Oklo) 액체금속냉각고속로 가동을 예고했다. 캐나다 BWRX-300의 계통 연결 목표는 2030년 말이다. 반면 한국 i-SMR의 국내 상업 운전 목표는 2035년으로, 선도국 대비 5~9년의 격차가 존재한다.

규제 체계 정비도 시급하다. 현행 국내 원자력 안전규제는 대형 발전용 경수로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선박용·열 공급용·수소 생산용 등 SMR의 다양한 활용 목적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6년 2월 ‘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규제 틀을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SMR 특별법’을 기반으로 창원·부산·경주에 SMR 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원전산업성장펀드를 통한 금융지원을 시작했다. 기장 부지 선정이 건설사들에는 해외 진출 실적 확보 기회로 주목받고 있지만, 표준설계인가·환경 및 안전성 검토·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 등 남은 절차가 적지 않아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남았다. 인허가 가속화와 글로벌 규제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로딩 중…

로딩 중…

로딩 중…

레이어

글로벌 SMR 경쟁 본격화…한국, ‘기술’은 있는데 ‘속도’가 문제[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중립 압력이 맞물리면서 미국·영국·캐나다·중국이 앞다퉈 설계 인허가와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17일 부산 기장군을 국내 첫 i-SMR 건설 후보부지로 확정하며 실사업화 단계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