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552개교·시장 50곳·주차장 1500곳 목표
과거 사업 부실 관리, 계통 포화는 그대로
11월 종합계획 확정, 관건은 관리 시스템과 전력망
세종호수공원 주차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정부가 태양광 보급의 무게중심을 대형 발전단지에서 전통시장, 학교, 공공주차장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옮기고 있다. 전통시장 50곳 이상, 주차장 1500곳 이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학교 태양광은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6400개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융자 예산도 올해 1조1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사업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과거 학교·공공기관 태양광 사업에서 이미 비슷한 방식의 확대가 시도됐고, 그 결과가 순조롭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광명 충현초등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연합뉴스
대형 발전단지 한계에 ‘생활밀착형’으로 전환
정부가 생활밀착형으로 태양광 보급의 무게를 전환하는 것은 대형 발전단지의 한계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근 분기별 태양광 보급량을 보면 2024년 1분기 780MW에서 2025년 1분기 802MW로 정체하다 2026년 1분기 들어서야 1087MW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완만하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발전단지는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반면, 학교·시장·주차장 같은 유휴 지붕과 부속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지 확보 부담이 작다. 정부가 이격거리 규제를 법제화로 완화하고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도심 유휴부지는 넓은 단일 부지를 확보할 필요 없이 여러 곳에 나눠 설치할 수 있어, 특정 지역에 계통 부담이 몰리는 문제를 완화하고 주민 반발 소지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소비지 인근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소비하는 구조라 송전 손실을 줄이는 효과도 함께 기대되고 있다. 다만 부지 확보가 쉽다는 것과, 확보된 설비가 실제로 잘 관리되고 계통에 무리 없이 연결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제미나이.
학교·전통시장·주차장, 반복될 우려
학교 태양광은 ‘햇빛이음학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올해 국공립 초·중·고 552개교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교육부는 11월 종합추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회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교육 효과를 언급하면서도, 유지·관리 등 학교 현장의 부담이 우려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사업의 한계를 정부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전 정부의 학교 태양광 사업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2017년 이후 3189억원을 들여 1433개 학교에 119MW를 설치했지만, 국정감사에서는 학교 태양광의 25.6%만 상계거래를 신청해 나머지 잉여전력은 사실상 버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치 단가도 kW당 최고 3000만원에서 54만원까지 제각각이었고, 평균 단가(150만원) 기준 약 1400억원이 추가로 쓰인 것으로 추산됐다. 발전량과 잉여전력 활용 현황을 확인할 부처조차 없었다.
‘햇빛이음학교’가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발전량 통합관리 시스템, 표준화된 잉여전력 처리 절차, 별도의 유지보수 예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월 종합추진계획에 이 세 가지가 구체적으로 담기는지가 사업 성패를 가늠할 첫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통시장·주차장 태양광(‘도심 태양광’ 지원사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이나 공공주차장 임차 발전이 우선 지원 대상이지만, 소규모·분산형 설비 특성상 인허가·계통연계 절차를 건마다 개별적으로 밟아야 해 행정 부담이 크고, 전통시장은 건물 노후도와 구조 안전성 문제로 설치 자체가 까다로운 곳도 있다. 상인회 등 영세 사업 주체가 많아 학교와 달리 초기 자금 조달과 인허가 대행을 누가 맡을지가 쟁점이다. 정부의 대출보증(최대 95%)·계통연계비 지원 제도도 신청 조건이 사업마다 달라, 정보 접근성이 낮은 영세 상인·주차장 운영자에게는 여전히 문턱으로 작용한다.
계통 포화라는 ‘벽’ 넘어야 성공
생활밀착형 태양광 확대의 가장 근본적인 변수는 결국 전력계통이다. 정부가 비슷한 취지로 추진 중인 농촌 지역 ‘햇빛소득마을’ 사업에서 이미 그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햇빛소득마을은 계약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전력계통 포화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출발했다. 특히 호남권의 접속 대기 용량은 2473MW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계통 포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계통 제약은 이미 출력제어라는 형태로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만 육지에서 태양광 출력제어가 30회 이상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출력제어 시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를 봄부터 도입했지만, 새로운 제도인 만큼 참여를 망설이는 사업자도 적지 않다. 학교·시장·주차장 태양광 역시 도심 배전망에 접속해야 하는 소규모 설비라는 점에서, 같은 계통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도심 배전망은 이미 포화도가 높은 구간이 많아, 생활밀착형 설비가 늘어날수록 접속 대기와 출력제어 빈도가 함께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리하면 ‘생활밀착형’ 태양광 확대는 방향성 자체에는 이견이 적다. 유휴 지붕과 부지를 활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늘린다는 취지도 분명하다. 문제는 실행 방식이다. 과거 학교 태양광 사업에서 드러난 잉여전력 방치·단가 편차·관리 사각지대 문제를 이번에는 해소할 구체적 장치가 있는지, 그리고 배전망 접속 대기와 출력제어라는 계통 제약을 감안한 현실적 목표치를 세웠는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11월 확정할 햇빛이음학교 종합추진계획과, 도심 태양광 지원사업의 세부 이행 실적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보여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발표된 목표치가 얼마나 달성됐는지를 매년 점검하는 것 못지않게, 설치된 설비가 실제로 제 몫의 전력을 생산하고 계통에 무리 없이 흡수되고 있는지를 사후적으로 추적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이번 확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진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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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범의 에코&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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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