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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공익의 역사, 1만년 전 ‘빵 나눔’에서 시작 [내책 톺아보기]

김문식 한양대 교수가 전하는 ‘빵 굽는 철학자’

빵 굽는 철학자/ 김문식 외 / 미다스북스

인류사에는 분명한 출발점이 있다고 배웠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 이집트의 파라오, 황하 유역의 중원 문명이 그곳이다. 그런데 그 출발점 앞에 또 다른 출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더 오래된 출발점에 이 책의 핵심 질문이 있었다. 최초의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들은 무엇을 나누었기에 사람들이 따랐는가. 그 공익의 본능은 어떻게 오늘의 철학과 민주주의로 이어졌는가.

카라한 테페(Karahan Tepe)와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 지금으로부터 약 만년 전, 현재 튀르키예 남동부 아나톨리아(Anatolia) 고원에 수백 명이 모여 웅장한 구조물을 함께 세웠다. 문자도 없었고 농경도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미 그 안에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상이 있었고, 함께 음식을 나누던 흔적이 있었으며, 누군가 그 모든 것을 조직하고 이끈 흔적이 있었다. 교과서가 말하는 문명의 시작보다 수천 년 앞선 이야기였다.

이번에 출간된 도서 ‘빵 굽는 철학자’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카라한 테페에서 빵을 나누던 그 이름 없는 지도자가 어떻게 오늘날 민주주의와 철학의 씨앗이 되었는가를 추적했다. 공익 지도력이 어떻게 서쪽으로 흘러 차탈회위크의 평등 실험이 되었고,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되었으며,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되었는가를 따라갔다. 그 여정에서 발견한 것은 인류의 공익적 본능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본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 대해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점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원전 1만년, 기원전 7500년이라는 표현이 독자에게 아득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기원전이라는 기준 자체는 기원후 525년, 한 수도사가 부활절 날짜를 계산하다가 만든 것일 뿐이다. 역사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것이다. 기원전 1만년은 신화 속 세계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만2000년 전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연속선 위에 카라한 테페가 있고 밀레토스가 있으며,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

필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경계인이다. 그 경계가 오히려 하나의 시선을 만들었다.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오랜 현장 방문과 직접 발로 확인한 사람의 시선이다. 카라한 테페의 돌 구덩이 앞에서 품었던 의구심, 차탈회위크의 낮은 출입구를 허리를 굽혀 통과하며 느꼈던 감각, 밀레토스의 원형극장에 앉아 탈레스가 바라보았을 하늘을 올려다보던 순간. 이 책은 그 모든 현장에서 쌓인 질문들의 결과물이다.

어렵게 읽힐 것을 걱정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것만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 책은 논문이 아니다. 만년 전 카라한 테페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까지, 인류가 어떻게 공익이라는 가치를 이어왔는가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조금만 따라오면 어느 순간 지금 이 시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김문식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