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이후 일상 복귀까지 더딘 길
마약퇴치운동본부 등 재활서비스
심리상담부터 직업연계까지 도와
1~5월 2만건 제공… 2년새 3배
#. 집에 혼자 있던 마약류 중독 회복자 A씨는 약물에 대한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다시 약물을 사용하기 직전, 그는 상담전화 ‘1342’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상담사는 “우선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고 권했다. A씨가 걷는 동안 상담사는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자 거세게 밀려오던 갈망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결국 그는 그날 재사용 위기를 넘겼다.
마약 중독에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사회재활 서비스 제공 건수가 올해 들어 5개월만에 2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치료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재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월 사회재활 서비스 제공 건수는 2만880건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제공건수는 2023년 1만4758건에서 2024년 2만3908건, 지난해에는 4만5390건으로 2년 새 3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올해 서비스는 초기상담이 1만48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례관리 9776건, 재활교육 1056건 순이었다. 초기상담을 거쳐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사례관리 대상으로 등록해 심리검사와 개인상담, 재발방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개인상담뿐 아니라 가족상담과 재발방지 프로그램, 직업 연계 등 이용자의 상황에 맞춘 여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인프라 확대와 24시간 상담 제공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잠재돼 있던 재활 수요가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나타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에 이르는 길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반면 한번 중독에 빠진 뒤 벗어나는 과정은 계단을 한 칸씩 오르듯 더디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 현장에서는 젊은 이용자의 비중도 두드러진다.
김에스더 중앙함께한걸음센터장은 센터 이용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상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용이 반복되면서 가족관계와 직장·학업, 경제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1342는 이런 이용자를 재활체계로 연결하는 첫 관문 가운데 하나다. 상담사는 약물 사용 여부와 정신건강, 수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등을 확인한다. 상담·재활이 필요하면 지역 함께한걸음센터로, 반복적인 약물 사용과 함께 심한 갈망이나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전문 의료기관으로 안내한다.
센터에 온 뒤에는 더 긴 과정이 시작된다. 약물 사용 이력과 중독 정도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치료 이력, 법적 문제, 자·타해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인별 재활 계획을 짠다.
2024년부터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0·30대 청년 회복자 우주씨(가명)는 현재 주 1~2회 센터를 찾는다. 그는 회복을 “수많은 자기 고찰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심리상담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힘을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비는 단약 이후에도 이어진다. 과거 약물을 사용했던 사람과 장소, 스트레스와 외로움 등이 갈망을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활 현장에서는 약물 재사용을 곧바로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시 약물을 찾게 된 원인을 살피고 같은 상황이 반복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시 계획해 상담과 재활을 이어간다.
김 센터장은 “회복은 단순히 단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약으로 무너졌던 삶의 전반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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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