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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韓채권 매수행렬 변화?…3년7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

외국인 채권 보유잔고 한달여 만에 13조↓…매수세 주춤 재정거래 유인 작년 말 68bp→이달 -30bp…사실상 소멸 WGBI 자금이 외인 순매도 ‘완충’…”없었다면 매도세 더 커”

외국인 韓채권 매수행렬 변화?…3년7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

외국인 채권 보유잔고 한달여 만에 13조↓…매수세 주춤

재정거래 유인 작년 말 68bp→이달 -30bp…사실상 소멸

WGBI 자금이 외인 순매도 ‘완충’…”없었다면 매도세 더 커”

6월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 동월 기준 10년 만에 최고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국내 채권을 꾸준히 사들여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3년 반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고도 지난 7월 사상 최대치를 찍은 뒤 한 달여 만에 13조원 가까이 줄면서 장기간 이어진 외국인의 매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지 채권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및 채권발행시장(DCM)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채권을 8천397억원 순매도해 7월 1조8천119억원 순매수에서 한 달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월간 국내 채권 순매수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월(-3조6천101억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2023년 이후 국내 채권을 꾸준히 대규모로 사들여왔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023년 90조8천288억원, 2024년 74조9천488억원, 지난해 147조1천116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순매수 기조는 이어졌지만, 매수 강도는 지난해보다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올해들어 지난 11일까지 63조2천57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7조5천878억원과 비교하면 약 35.2% 감소한 규모다.

채권 보유잔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 채권잔고는 지난 7월 24일 사상 최대인 356조5천579억원까지 불어난 뒤 이달 2일 343조6천321억원으로 줄었다. 한 달여 만에 12조9천258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동일한 27거래일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 환헤지 후 금리 메리트 소멸…외국인 원화채 매력 ‘뚝’

[표] 외국인 원화채 재정거래 유인 추이

(기간 : 2025년 말과 2026년 9월 10일은 해당일 수치, 6∼8월은 월평균)

구분

2025년 말

2026년 6월

2026년 7월

2026년 8월

2026년 9월 10일

원/달러 3개월 스왑레이트(%)

-1.4847

-0.8553

-0.7829

-0.5271

-0.4308

재정거래 유인(bp)

+68.3

+7.8

-7.5

-26.0

-30.0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원화 채권의 재정거래 유인 약화가 꼽힌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채권은 사는 동시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한다.

이 과정에서 환헤지 비용까지 감안한 한국 채권의 수익률이 미국 채권보다 높으면 그 차이만큼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재정거래 유인이라고 한다.

그동안에는 환헤지를 거쳐 원화 채권에 투자할 경우 미국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 매수를 유인했지만, 최근 이런 추가 금리 수익은 사실상 사라진 수준까지 줄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원/달러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차감한 원/달러 스왑레이트(3개월물 기준)는 작년 말 마이너스(-) 1.4847%에서 이달 10일 -0.4308%로 약 105bp 상승했다.

스왑레이트가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이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이 누릴 수 있던 환헤지상의 이점도 함께 줄어든 셈이다.

실제 원화 단기금리인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달러 단기금리인 담보부 익일물 금리(SOFR) 간 차이에 스왑레이트를 반영해 계산한 재정거래 유인은 작년 말 68.3bp(1bp=0.01%p)에서 이달 10일 -30.0bp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작년 말에는 외국인이 달러를 환헤지해 국내 단기채에 투자하면 달러 단기 금리로 운용하는 것보다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한국 채권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수준까지 투자 여건이 역전된 셈이다.

재정거래 유인은 지난 6월 처음 마이너스로 내려갔으며 7월 21일부터는 줄곧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다.

월평균으로도 지난 1월 34.9bp에서 5월 15.8bp, 6월 7.8bp로 줄어든 뒤 7월 -7.5bp, 8월 -26.0bp로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 역시 재정거래 유인이 마이너스권에 머물기 시작한 직후인 지난 7월 24일 사상 최대인 356조5천579억원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 채권 시장 (출처=연합뉴스)

◇ WGBI 패시브 자금이 하방 지지…추세 전환 여부는 아직

자산운용사 채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가 재정거래 유인이었다”며 “최근에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서 스왑레이트가 상승하고 환헤지 후 상대적인 금리 메리트도 사라져 재정거래 유인이 사실상 소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달러 투자자가 환헤지를 하고 원화 채권에 투자하면 대략 100bp 안팎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채 1년물 금리와 환헤지를 한 통안채 1년물 금리가 거의 붙어 있다”며 “지금 굳이 한국 채권에 들어올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 채권 딜러는 “과거에는 높은 환율 등으로 재정거래 유인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단기적인 매수 인센티브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채권 매도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팔아 회수한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의 국채 매도 물량이 늘면 국고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이는 회사채 등 민간 신용시장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외국인 매도세가 더 가팔라지는 것을 지난 4월부터 단계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자금이 일부 막아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올해 4월 시작돼 오는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WGBI가 없었다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지금보다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며 “관련 자금 유입이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더라도 외국인 매도세 확대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WGBI 자금은 패시브 성격이어서 해외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을 중심으로 월말마다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된다. 이에 따라 재정거래 수요가 약해진 상황에서도 외국인 채권 수급의 하방을 일부 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고는 이달 2일 343조6천321억원까지 감소한 뒤 지난 9일 348조3천692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최근의 순매도 전환만으로 구조적인 자금 이탈이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외국인 수급이 추세적 매도로 돌아설지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미국 중간선거 등 주요 대외 변수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최근 보유 규모가 다소 정체되는 모습은 있지만 아직 구조적인 변화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일시적인 조정인지 하나의 추세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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