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금융노동자 총파업 집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와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9.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용자 측이 약 5개월 간의 협상 끝에 산별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했지만, 투쟁의 핵심 명분 중 하나였던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철회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허탈감이 감지되는 가운데, 관련 노조는 정부의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예상되는 11월까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액임금 3.0% 인상과 영업시간 30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산별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한 금융노조는 29일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관련 합의안의 세부 내용을 공유했다. 회의에선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이전 문제 역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노조 측은 교섭 과정에서 ‘본사 이전 등 관련 사전 노사 합의 명문화’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지방이전 문제를 다루는 데 부담스러워하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융노조는 결국 이 문제를 빼고 합의안을 타결했다.
지방이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는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전반적인 사안을 두고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국책은행 등 일부 금융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국한되는 지방이전 문제를 금융노조의 이름을 걸고 계속 다루긴 어려워졌다.
이에 지방이전 이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3대 국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고, 다른 금융기관 노조들과 연대해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선 국책은행 노조는 금융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후엔 지방 이전 관련 조항을 단체협약 협상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와 지방이전 문제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면 임금 등 다른 사안들도 타결하기 힘든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방이전 발표가 예상되는 11월까지는 쟁의권을 갖고 있어야 지부 총파업 등의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며 “금융노조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다시 사측과 교섭하면서 지방이전 저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책은행 노조는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더라도 지방이전 저지를 위해 나서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농협 등의 노조와 함께 연대하면서 투쟁의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지방 이전 관련된 노조 위원장들끼리 이미 소통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에 따라 연대하는 범위가 달라지겠지만 범금융으로서 뭉쳐야 된다는 논리라면 규모가 꽤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국책은행 노조 내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수도 서울’ 발언에 내심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키우기 위해선 금융 공공기관의 상주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담아 여론전을 펼치는 방식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1인 시위 등의 투쟁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노조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좀 더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