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회의 때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어 직원들 사이에서 ‘데스노트’라 불리던 부장의 수첩을 우연히 이를 펼쳐본 한 직원이 예상치 못한 기록들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은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말할 때마다 수첩에 적는 부장… 직원들은 “데스노트에 너 적혔다”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 따르면 지난 9일 ‘회사에서 데스노트라고 불리던 부장님 수첩의 정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그가 속한 팀의 부장은 회의 중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대신 늘 작은 수첩을 고집했다.
회의에서 A씨가 발언할 때나 막내 직원이 이야기할 때는 물론, 심지어 과장이 “점심은 중국집 어떠세요?”라고 소소한 의견을 낼 때도 무언가를 꼼꼼히 적었다.
무엇을 적는지 알 수 없었던 직원들은 이 수첩을 ‘데스노트’라 부르며 “야 너 아까 부장님 수첩에 적혔어”, “망했다. 이직 준비해라” 같은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우연히 펼쳐진 수첩엔… “A는 발표할 때 긴장함” “B는 매운거 못 먹음”
그러던 어느 날, 회의 도중 부장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며 수첩을 자리에 두고 갔다. 아무도 볼 생각이 없었으나, 펼쳐진 페이지 맨 위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본 A씨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A씨의 이름 아래에는 “발표할 때 긴장하면 말이 빨라짐. 중간에 끊지 말 것”이라는 세심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 밑으로는 다른 팀원들의 이름과 함께 “○○ 대리 요즘 자신감 떨어져 있음. 공개적으로 칭찬해 줄 것”, “막내 질문하려다 자꾸 포기함. 먼저 물어봐 줄 것”, “과장님: 매운 거 못 먹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단점이나 평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려움과 성향을 살피고 돕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 부장은 수첩을 보고 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당황해 “죄송합니다. 일부러 본 건 아닌데 제 이름이 보였다”며 사과했다.
그러자 부장은 수첩을 슬쩍 보더니 “봤어요?”라고 묻더니 A씨의 발표 습관에 관한 메모를 가리키며 “그럼 하나만 지워줘요. 요즘은 많이 좋아졌으니까”라며 웃어 보였다.
부장의 메모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 오후 과장이 자신의 이름 옆에 적힌 ‘매운 거 못 먹음’이라는 문구에 대해 “부장님 저 매운 거 잘 먹습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하자, 부장은 수첩을 한참 뒤적이더니 “작년 회식 때 떡볶이 먹고 우유 두 개 마셨잖아”라고 답해 사무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과장이 “그걸 아직도 기억하세요?”라고 묻자, 부장은 “기억 못 하니까 적어 놓는 거지”라고 무심한 듯 대답했다.
“진정한 리더십이다” 누리꾼들 ‘따뜻한 상사’ 훈훈
A씨는 “다들 웃었는데 저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며 “직장에서는 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같이 일하는 사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좋은 직장인인지 모르겠다”며 감회를 전했다.
이어 “오늘도 부장님은 회의가 시작되자 수첩을 펼치셨다. 이제 누군가 농담으로 ‘또 데스노트 시작하셨네요’라고 하니 부장님은 ‘걱정 마, 아직 아무도 안 죽었어’라고 하셨다”며 “이상하게도 이 수첩에 이름이 올라가는 건 조금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정한 리더십이 보인다”, “올라갈수록 업무보다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게 맞다”, “얼마나 팀을 아끼는지 느껴지는 따뜻한 상사”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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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