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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달라진 에너지 시장… LNG 수출국 카타르, 美서 수입 계약

카타르 산업 도시 라스라판의 국영 카타르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였던 카타르가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불과 8개월 만에 최대 경쟁국인 미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는 처지로 전락했다.

23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는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가 미국 최대 LNG 수출기업 체니에르 에너지와 2054년까지 연간 400만 입방t 규모의 LNG를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구매 가격은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에 고정 수수료가 더해지는 방식이며, 인도 시점은 2030년대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잭 후스코 체니에르 최고경영자(CEO)는 “세이빈 패스와 코퍼스 크리스티 기지를 통해 금세기 후반까지 카타르에너지에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량은 연간 4억t이 넘는 세계 LNG 거래량의 1% 미만이지만, 휴스턴 소재 라피단 에너지의 앨릭스 먼턴 글로벌 가스·LNG 담당 이사는 “단일 거래 기준으로는 미국 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이란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미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전쟁 개시 이후 미국 주요 LNG 수출 기업인 체니에르와 벤처 글로벌의 주가는 각각 26%, 40% 급등했다.

전쟁 전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LNG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란이 카타르의 핵심 생산 시설인 라스라판을 폭격하면서 수출량이 급감했다. 이 공격으로 2개 생산 라인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카타르 전체 LNG 수출 용량의 약 17%가 손실됐다.

사드 셰리다 알카아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피해 복구에만 약 3년이 걸릴 것”이라며, 공격이 발생한 3월 이후 매달 계약 이행 불가를 의미하는 ‘불가항력’을 선언해 왔다.

알카아비 장관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간 중 인터뷰에서 “향후 수년간의 생산 능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불가능해 현재 수출량이 극히 적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라스라판 시설 복구가 완료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상태가 회복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란이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지속함에 따라 카타르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LNG가 본질적으로 해상으로 운송돼야 하는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생산 시설 파괴와 해협 봉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자, 카타르에너지는 체니에르와의 계약을 통해 LNG 트레이딩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의 마나브 굽타 애널리스트는 “카타르가 이달 초 중국 은행들로부터 3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확보했다”며 “이 자금으로 미국산 LNG를 추가 확보해 기존 국제 공급 계약 물량을 이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타르에너지는 미국 벤처 글로벌과도 연간 300만t 규모의 공급 계약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에서는 미국 LNG 기업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체니에르를 담당하는 주식 애널리스트의 90% 가까이가 ‘매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목표 주가 평균은 314달러로 추가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했다. UBS는 체니에르의 목표 주가를 340달러로 제시했다. 벤처 글로벌 역시 애널리스트의 약 60%가 ‘매수’를 추천했다.

라피단 에너지의 먼턴 이사는 “세계 각국의 구매자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다시 한번 미국을 찾고 있다”며 “현재 미국 내에서 엄청난 규모의 시설 건설이 진행 중인 만큼, 글로벌 LNG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과 영향력은 더욱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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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