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병 치료를 이유로 보석 석방됐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다시 구속 수감될 처지에 놓였다. 법원은 한 총재가 법원이 부과한 주거 제한 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보석을 전격 취소하고 보증금 2억 원을 몰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김무신·이우희·유동균 고법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총재에 대해 보석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 총재 측이 석방 당시 납부했던 보석보증금 2억 원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몰취 결정도 병행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102조 제2항 제2호(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와 제5호(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때)를 이유로 보석 취소를 결정했다. 보석보증금 2억원은 전액 몰취 처분했다.
앞서 한 총재는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금품 제공 등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한 총재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뒤 건강 악화와 지병 치료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주거지를 서울아산병원 등 실제 치료를 받는 의료기관으로 엄격히 한정하고, 법원의 허가 없는 외출이나 주거지 이탈을 금지하는 조건을 붙여 보석을 인용한 바 있다.
이후 한 총재는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통일교 핵심 시설인 천정궁 박물관 등을 수시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한 총재에게 송달하려던 공소장 변경 신청서 등 법원 문건이 병원 측으로부터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송달 불능 처리된 정황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공문을 보내 진료 경과와 무단이탈 여부 확인을 요청하며 본격적인 보석 조건 위반 심리에 착수했다.
한 총재 측은 병원 밖으로 일부 외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치료 목적 등의 불가피한 사유였을 뿐 고의적인 조건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거 제한이라는 핵심 의무를 위배하고 허가 없이 병원을 벗어난 행위가 형사소송법상 보석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한 데다, 향후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고 봤다.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에 따라 검찰은 한 총재에 대한 재수감 집행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상 보석이 취소된 피고인은 구속영장의 효력이 부활해 구치소로 재수감되며, 향후 재판은 구속 상태에서 받게 된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