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의 한 백화점 안경·선글라스 매장을 찾은 시민이 스마트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속 안경·선글라스 제조사와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공정식 기자
지난 16일 대구의 한 백화점 안경·선글라스 매장을 찾은 시민이 스마트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속 안경·선글라스 제조사와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남승렬 기자 = “수험생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사장에 스마트안경을 쓰고 들어간 수험생은 과연 그 행위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급변하는 AI 시대에 정부와 교육 당국, 수험생 등 모두가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 연세대와 서울시립대의 수시 논술고사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돼 논란이 일자 대구권 한 대학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11월 19일 치르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며 “감독 강화나 엄중한 처벌보다 수험생 스스로 양심을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에 따르면 수능 시험 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면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시험이 무효로 처리되고, 내년 수능에도 응시할 수 없다. 착용하지 않더라도 1교시 시험 시작 전 제출하지 않고 소지하면 해당 시험이 무효가 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험장별 환경 차이로 스마트안경 등에 대한 탐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권 대학과 대구교육청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올해 대학 면접과 논술(AAT), 실기시험 등 시행계획서에 따르면 AI 스마트안경을 포함한 정보화기기 소지에 대한 감독을 더 철저히 하도록 교육하고,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적발되면 고사 ‘무효 처리’로 적시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과 필기시험이 없는 대학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계명대는 대입 전형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모든 대기실에서 이동통신이 가능한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워치·이어폰 등 전자장비를 일괄 수거해 관리한다.
대학 정기고사와 관련해서는 ‘시험 부정행위 처벌에 관한 내규’ 기준에 AI 스마트안경 등 각종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한 처벌 내용을 추가하고, 기술 발전 양상에 맞게 지속해서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또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사용 여부에 대한 적극적인 감독을 요청할 예정이다.
영남대는 면접이나 체육·예술 등 고사 전 수험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해 철저한 주의를 안내하고, 시험날 고사장에서 면접·진행위원들이 스마트기기 부정 사용에 대해 사전 고지한다. 특히 금속탐지기 등을 투입해 고사장 내 검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구대 관계자는 “첨단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입학처 차원에서 적발 사례를 신속히 공유하고 있다”며 “면접 등 입시 과정에서도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형 관리자와 감독위원 사전 교육 시 스마트 기기 사용 부정행위 사례를 전파해 다른 수험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안경의 순기능에 따른 사용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이 참여하는 일부 수업에서 한국어 통역 앱 등 학습 보조 수단으로 스마트안경과 스마트폰 등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수업 통역 서비스 앱을 구입해 유학생들에게 배포하는 등 언어 장벽으로 인한 학습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생이 많은 대구·경북의 경우 캠퍼스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가 넘쳐나지만, 이를 수업과 시험 등에 악용할 경우 대학이 자체적으로 걸러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스마트안경의 인기는 뜨겁다. 지난 16일 취재진이 찾은 대구의 한 백화점 안경·선글라스 매장에는 사진·동영상·음악·통번역 등 AI 기능을 탑재하고도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마트안경은 재고가 없었다.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10여개 물량이 입고됐지만, 1주일 사이 모두 팔려 동이 난 것. 전화 문의가 많지만, 현재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예약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자신독(君子愼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몸가짐을 삼가고 경계한다. 또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양심과 도리를 지킨다는 뜻입니다”
코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대구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대구교육청은 수능 관련 감독관 유의사항 책자와 스마트안경 적발 안내 자료,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해 시험장 관계자와 감독관들에게 내용을 안내할 계획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안경 등 첨단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중대한 위반 행위라는 것을 수험생에게 충분히 알리고, 예방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