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를 움직이는 사람들 上]
구인난 속 축산·제조업 현장을 가다
“이들이 없으면 농장, 공장도 멈춘다”
사람이 떠난 경기북부의 산업 현장을 외국인 노동자가 지키고 있다. 제조업과 농·축산업의 만성적인 구인난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필수 인력이 됐다. 파이낸셜뉴스는 왜 한국인 노동자가 떠나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게 됐는지 현장과 통계, 제도를 통해 들여다본다. 더 나아가 일손을 넘어 지역사회의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그 해법도 모색한다. 편집자주
지난 14일 오전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의 한 젖소 목장에서 농장주(왼쪽)와 외국인 노동자가 배합된 사료를 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사진=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천·포천=김경수 기자】지난 14일 오전 5시.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찾은 경기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의 한 젖소 목장.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복을 챙겨 입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축사 안에 들어서자 특유의 냄새와 함께 소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첫 작업은 착유(젖소의 젖을 짬)다. 젖소를 차례로 착유기에 연결해야 하는데, 소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한 마리를 옮기는 데도 계속 방향을 살피고, 움직임을 조절해야 했다. 단순해 보였던 작업은 금세 체력전이 됐다. 소가 움직일 때마다 농장주와 외국인 노동자가 몸을 피하고, 다시 자세를 잡아야 했다.
착유가 끝난 뒤 축사 곳곳을 청소하고, 바닥에 깔린 오염물을 치운 이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사료를 준비했다. 무거운 사료를 옮기고, 풀과 첨가제 등을 섞어 배합한 뒤 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축사에 나눠줬다. 오전 7시가 넘어서자 이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후 3시부터 오전에 했던 작업을 또다시 반복한다고 한다. 착유와 청소, 사료 급여, 송아지 관리 순이다. 젖소는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손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송아지는 설사 등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장을 운영하는 이강덕씨(43)는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목장을 꾸려가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10년 넘게 목장 일을 해온 그는 최근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농장을 물려받았다.
농장을 물려받은 지 이제 한 달 남짓이다. 갑작스럽게 홀로 목장을 책임지게 된 그에게 4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 노동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이씨는 “하루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축산 현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의 존재가 농장 운영을 좌우한다”며 “일이 깨끗하지 않고 힘들어 사람들이 피하는데, 이 친구(외국인 노동자)가 나와 함께 있어주는 것 자체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포천시 선단동의 한 섬유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 끊김 등 기계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김경수 기자
같은 날 오후 포천시 선단동의 한 섬유공장. 공장 문을 열자 수십여대의 기계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실이 빠른 속도로 풀려나간다. 작업자들은 기계 사이를 오가며 끊어진 실을 잇고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
이들은 기계에서 실 끊김 등 이상 여부를 계속 확인했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만 하면 될 것 같았지만, 작업 속도가 워낙 빨라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안 된다.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땀이 쉽게 식지 않았다.
확인하고, 옮기고, 점검하고, 다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순이다. 단순해 보였던 이 작업도 시간이 쌓일수록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했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작업자는 곧바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곳 전체 노동자 3명 또한 네팔 출신의 외국인이다.
사업주 A씨는 요즘 공장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생산직 노동자를 구하는 것이 갈수록 어렵다. 임금 조건을 높여도 지원자가 많지 않고, 어렵게 채용한 노동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A씨는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절대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생산라인을 돌리기 어렵다. 이들마저 없으면, 공장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목장과 공장. 환경은 서로 달랐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업주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일할 사람이 없다.” 이 거대한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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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