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재검표 투표지 아닌 별도 샘플로 ‘직접 날인·인쇄’ 차이 시연
통영 투표지에선 노란색·하얀색 3도 인쇄 확인된 투표지 물증 없어
재검표 선거소청 결과 불복‥고법에 소송 제기, 추가 검증 가능
지난 27일 오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경남 통영시장 선거에 대한 재검표에서 개표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한 전한길씨가 현장을 휴대전화로 기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 현장에서 ‘가짜 투표용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가짜 투표용지가 나왔다는 말과 함께 재검표장 밖에서 고배율 확대장비로 이를 검증하는 영상은 온라인에 공개하면서다. 바로 선거도장이 인주로 찍은 게 아닌 ‘인쇄’라는 주장이다.
지난 28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통영시장 재검표 진행 중. 가짜 투표용지로 의심되는 용지 무더기 발견, 이의제기를 했지만 묵살되고 강제 진행 중’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전씨는 고배율 확대장비를 통해 직접 날인한 인주는 붉은색만 보이는 반면 인쇄된 도장 자국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점이 함께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돋보기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선거관리위원회가 막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 속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사실과 달랐다. 영상은 실제 투표지를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촬영에 사용된 건 전씨가 자체 제작한 것이라는 의견이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왔다.
전한길 “3도·4도 인쇄된 가짜표 발견”
전한길씨가 지난 28일 유튜브 영상에서 ‘인쇄’된 투표용지의 근거를 주장하며 확대장비로 살펴보고 있다. 인쇄된 선거도장은 노란색(아래 파란원) 등의 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전씨는 확대장비로 투표지를 살펴보면 직접 찍은 인주는 붉은색만 나타나지만 인쇄된 도장은 노란색과 빨간색 점이 섞여 있다며 이를 3도·4도 인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시안(C)·마젠타(M)·노랑(Y)·검정(K)을 조합하는 CMYK 인쇄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7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통영시장 선거 당선무효 소청 재검표 현장에서 국민의힘 천영기 후보 측 참관인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제기됐다.
재검표는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석주 후보에게 44표 차로 패한 천 후보가 투표지 분류기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선무효 소청을 내면서 진행됐다.
전씨는 도장 자국이 투표지 뒷면에 배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인주가 아닌 인쇄일 가능성을 주장하며 자신이 가져온 확대장비 사용을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검증되지 않은 장비라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전씨는 재검표장 밖에서 영상을 촬영하며 “재검표 시작 3시간 만에 가짜 투표용지로 의심되는 무더기를 발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이 두 장을 확대장비로 비추며 “직접 찍은 인주는 확대해도 빨간색만 보이지만 옆의 것은 노란 점과 빨간 점이 보인다”며 “유권자가 직접 찍은 인주가 아니라 인쇄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비를 가져와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더 문제를 제기하면 재검표 방해 혐의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해 밖에서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자료 확보했다”…진실이 된 의혹
전씨의 영상은 실제 재검표 현장에서 인쇄된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처럼 받아들여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에는 “확대하니 분명하게 보인다”, “국과수 검증이 필요하다”, “부정선거 자료 확보” 등의 댓글이 4000개 이상 달렸다.
특히 자신이 인쇄 관련 종사자라고 밝힌 댓글도 다수 보였다. “인쇄업. 40년 한사람 입니다 100%인쇄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35년 했다. 100% 인쇄 (원적 +원황) 옵셋 인쇄입니다라고 짚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프린트된 투표지가 발견됐다”, “3도 인쇄된 표가 나왔는데도 선관위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글이 잇따르며 전씨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한길 유튜브 보니까 인주로 직접 찍은 투표지가 아니라 프린트로 출력된 투표지로 보이는 것도 나왔다고 한다”라며 “역시나 이런건 보도하지 않는다. 인천 선거무효소송 때랑 기사 논조들이 한결같이 똑같은 게 소름 돋는다”고 주장했다.
묵살된 의견…”가짜 투표용지 아닌 전씨가 준비한 건데”
전한길씨가 지난 28일 유튜브 영상에서 ‘인쇄’된 투표용지의 근거를 주장하며 확대장비로 선거인명도장이 찍힌 종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전씨가 재검표장 밖에서 공개한 비교 영상 속 선거도장이 찍힌 용지는 실제 투표용지가 아닌 두 장의 A4 용지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재검표 현장에서는 나올 수 없는 종이”라며 “투표용지도 아니고 용도가 무엇인지 영상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 종이엔 가로 4칸, 세로 6줄 형태의 두개 표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첫 칸을 제외한 총 47칸에는 선거도장이 찍혀 있다. 두 종이엔 같은 위치와 기울기의 선거도장이 찍혀 있다.
온라인에선 “오른쪽 종이는 왼쪽 원본을 전씨가 인쇄해 가져간 비교용 샘플”이라며 “재검표 현장에서 인쇄된 투표용지가 발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전한길이 말하고 싶은 것은 현미경으로 확인해 보자는 것이지 실제 투표지를 확대했더니 노란색 잉크가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앞서 전씨의 주장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상에서 노란색 점이 보인 것은 실제 인쇄된 샘플을 촬영했기 때문이며, 통영시장 재검표 투표지에서 동일한 현상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씨 측에도 관련 질문을 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은 받지 못했다.
11시간 걸린 재검표…표 차는 44표에서 38표
지난 27일 경남 창원 성산구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도 선관위 관계자들이 6·3 지방선거에서 44표 차로 당락이 갈린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에 앞서 천영기 전 통영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재검표를 요청한 건 국민의힘 후보인 천 전 시장이다. /사진=뉴스1
재검표는 소청인 측의 잇따른 이의 제기와 수개표 확인 절차로 약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전씨였다.
선관위는 재검표가 단순히 표를 다시 세는 절차가 아니라 유효표와 무효표를 다시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투표지 색상이 명확하게 다르거나 객관적으로 문제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참관인의 이의를 받아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씨가 요구한 확대장비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 장비여서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쇄된 투표지라고 볼 만한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장 자국이 뒷면에 비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주가 배어 나오는 정도는 도장을 누른 힘, 인주의 양, 도장 상태, 접촉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뒷면에 인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인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검표 결과 강석주 후보는 기존과 같은 3만3626표를 유지했고, 천영기 후보는 무효표 일부가 유효표로 인정되면서 3만3582표에서 3만3588표로 6표 늘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44표에서 38표로 줄었지만 당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선거소청으로 진행한 재검표…불복하면 제222조 소송
재검표 과정에서 전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추가 검증 절차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219조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의가 있을 경우 선거소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통영시장 재검표 역시 이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소청 결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제222조에 따라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 관할 고등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선거소청 절차 없이 선거일부터 30일 이내 곧바로 대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실제 투표지를 대상으로 감정이나 실험 등 추가 검증을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전씨 측이 실제 통영시장 투표지가 인쇄됐다고 판단한다면 비교용 샘플 영상이 아니라 소송 절차에서 해당 투표지를 특정해 객관적인 감정을 요청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일장기 투표지’ 사건이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1대 총선 이후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보전된 투표함을 대상으로 22시간 동안 재검표를 진행했다.
당시 도장이 뭉개져 일장기처럼 보인 투표지는 일부 무효표로 분류됐지만, 대법원은 이를 부정선거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전씨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남은 건 실제 투표지를 대상으로 한 법원의 감정과 검증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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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