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사진=서울북부지검)
[파이낸셜뉴스] 약물을 섞은 음료를 남성들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20대 여성 김소영씨가 범행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채팅을 통해 사망 가능성을 미리 확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사건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북부지법은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유착 등을 인정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체 108쪽 분량의 판결문 가운데 김씨와 AI가 나눈 대화 기록만 약 20페이지에 달했다.
김씨는 2025년 8월부터 성폭력 피해 트라우마 치료를 이유로 병원에서 수면제 성분 약물을 1000정 넘게 처방받아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김씨의 모발 12cm에서는 해당 약물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주방에서 약물을 빈 봉투에 담은 뒤 식칼 손잡이 뒷부분으로 부숴 가루 형태로 만들고, 이를 음료에 섞었다.
김씨는 모텔과 자동차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남성들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다. 피해 남성들이 의식을 잃은 시간은 8시간에서 16시간, 32시간으로 갈수록 길어졌다. 손 변호사는 “김 씨가 약물 투여량이나 용법을 바꾸며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며 “법원도 이를 일종의 인체 실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범행 전후 김씨는 AI 채팅 서비스에 약물 복용의 위험성을 반복해서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입력한 질문에는 “수면제 과다 복용하면 어떻게 돼”, “수면제 과다랑 술 먹으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저러고 바닥에 쓰러지고 사망하면 어떻게 돼”, “술취한 친구 바닥에 두고 가면 안 돼”, “수면제 많이 먹는다고 사람이 죽어” 등이 포함됐다.
AI는 김씨에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알리며 즉시 조치하라고 안내했다. “위험한 상황이며 술까지 마시면 사망할 수 있으니 당장 119에 신고해라”라는 답변도 나왔다. 하지만 김씨는 119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비슷한 질문을 이어갔다. AI가 과실치사의 형량을 설명하자 김씨는 “과실 뜻이 뭐야”라고 다시 묻기도 했다.
3번 피해자인 대리운전 기사를 상대로 한 범행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김씨는 피해자를 모텔로 유인한 뒤 6만8000원어치 치킨을 주문하게 했고, 이후 약물로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그는 치킨을 챙겨 집으로 가져갔으며, 다음 날에는 “당신이 나를 건드리려고 했다”고 겁을 줘 택시비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쓰러진 4번 피해자의 지문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5만5000원을 자신에게 송금했다.
재판에서 김씨 측은 성범죄를 막기 위해 남성들을 잠들게 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I와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을 물어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피해 남성들과 마신 술의 종류와 음식, 사소한 대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다른 상황은 자세히 기억하면서 AI와의 대화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 임상심리분석에서는 김씨의 지능지수(IQ)가 74로 하위 4% 수준으로 나왔다. 반면 사이코패스 판정 검사(PCLR)에서는 기준선인 25점을 기록했다. 손 변호사는 “타인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김씨가 미필적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으로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고 봤다. 1심 판결 이후 검찰과 김씨 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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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