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부당해도 감정적 대응 안돼
합법적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
김의연 변호사 사진=박범준 기자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있다. 미성년자가 얽힌 성범죄에서 특히 그렇다. 아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괜찮다”고만 말한다. 그 ‘괜찮다’는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 10여년을 법과 함께 해온 4년차 변호사, 김의연 법무법인 오현(변호사시험 12기·사진)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맞닿은 현장에서의 이야기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법을 배웠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12세 아동이 얽힌 ‘미성년자의제강간’ 사건을 진행했다. 사건 검토를 위해 피해 아이를 직접 만난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아이가 ‘아저씨가 뽀뽀하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하길래, 빨리 밥 먹으러 가고 싶어서 하자는 대로 했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성인이 보기엔 동의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순진한 반응이었다”며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단순히 싫다고 말할 권리뿐 아니라,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함이 전제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서류 너머의 진짜 ‘사람’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법정에 전달하는 것”을 늘 가장 깊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변호인으로서 법정에서 변론을 진행했고, 피고인이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 결과를 이끌어 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참교육’으로 인해 화두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처벌 너머를 보려 노력한다. 신체적 폭력이 아닌 교묘한 집단 따돌림은 증거 수집이 어렵고, 징계 수위가 낮아 피해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계속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무조건적 처벌 대신 가해 학생 부모에게 먼저 연락해 교육 의지를 확인했다.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 학부모와는 합의하고, 끝까지 회피하는 쪽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는 “반성한 학생들의 진술이 증거가 되어, 반성하지 않은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넘어, 아이가 돌아갈 교실의 공기까지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소년 사건을 대하는 변호사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법 어려워하지 않길”
증거를 둘러싼 딜레마도 피할 수 없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가정이 무너진 한 의뢰인이 상대방의 휴대폰 화면을 캡처해 왔지만, 그대로 법정에 내면 의뢰인이 오히려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역고소를 당해 전과자가 될 위험이 있었다. “눈앞에 결정적 증거를 두고도 쓸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밤새 카카오톡 대화를 다시 읽었고, 상대방이 사는 아파트가 출입 시 안면인식을 요구한다는 점을 찾아냈다. 곧바로 차량 출입 기록과 안면인식 등록 여부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진행했다. 상대방은 “지인들과 일시적으로 방문했다”고 변명했지만 빈번한 야간 출입이 객관적 수치로 드러나며 결국 승소했다.
김 변호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길을 새로 개척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따뜻함”이라고 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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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자가 안전한 교실로 돌아가야 진짜 승소”[서초동 溫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