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만건 넘는 성인 실종 신고
경찰 “다 큰 어른인데…” 소극적
아동과 달리 법률적 보호 공백도
“위급성 확인되면 즉각 긴급 조치
대면 안전 확인 등 법령 정비 필요”
지난 5월 실종된 이후 100일이 넘게 지난 최근 시신으로 발견된 장미란씨를 비롯해 실종사건 후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치안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성인 실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일반 성인 실종 신고는 매년 7만건 안팎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짧은 시간 안에 종결처리되지만 1500명 안팎은 실종자로 남아 있다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에서는 성인실종이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이어지는 원인과 대책,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다뤄본다.
장미란씨 등 실종자 사건 허위 종결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모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전날 제주 한림읍에서 발견된 시신은 장미란씨로 최종 확인됐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발생한 성인 실종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임의로 종결하고 전산망에서 무단 삭제한 사실이 확인되며 실종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년 1500명 안팎의 성인이 실종후 사망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성인실종 관련 제도 및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의 실종 업무 매뉴얼은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안전을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 연락 두절이나 가출을 포함한 모든 성인 실종자를 일일이 대면 수사하기엔 현장 여력에 한계가 있어 실제로는 영상통화나 가족 확인 등 ‘대면에 준하는 연락’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락 여부를 증명할 객관적 증빙 자료 등록조차 의무가 아니다 보니, 담당 경찰관이 마음만 먹으면 연락하지 않고도 사건을 조작·종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지난 5월과 7월 장미란씨(37)와 60대 남성 A씨의 실종 신고를 각각 접수한 뒤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 보고를 올린 혐의를 받는다. 전날 제주 한림읍서 발견된 시신은 장미란씨로 최종 확인됐다.
실종 수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명목상 존재했지만 현장 수사관의 보고 내용을 검증할 이중 확인 절차는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거짓 보고를 올려도 통화 내역이나 수사 기록을 대조·검증할 감시 기구가 없다 보니, 일선 경찰관 한 명의 독단적인 사건 처리가 아무런 제지 없이 전산망 무단 삭제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해 3월 실종수사팀에 배치된 부 경장이 담당한 298건의 사건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고, 추가 허위 종결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인 실종 사건을 경시하는 경찰의 ‘소극적 업무 관성’이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간 7만건이 넘는 성인 실종 신고 중 98% 이상은 단순 연락 두절이나 자발적 가출로 처리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연간 1500명 안팎의 성인이 실종 상태에서 끝내 시신으로 발견되는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통계적 착시에 빠져 성인 실종을 행정 소모성 업무로 취급했다는 질책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성인 실종자를 바라보는 ‘법률과 제도의 공백’도 현장의 손발을 묶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이 즉시 위치 추적이나 강제 수색에 나설 수 있는 대상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로 한정된다.
성인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의 자유, 자발적 잠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 우선순위에서 밀려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일선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초동 강제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수사 공백은 사건 규명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핵심 단서마저 소실시키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장씨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종지 주변 폐쇄회로(CC)TV 118대의 영상은 6월 중순경 이미 자동 파기돼 초동 동선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일선 수사관 개인의 자의적 판단을 통제할 감시망 도입과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사안을 경찰관 한 명의 판단으로 종결할 수 있는 구조는 지나친 재량권 남용”이라며 “개인의 일탈을 걸러낼 수 있도록 교차 검증 절차를 도입하고, 성인 실종이라도 위급성이 확인되면 즉각 긴급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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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