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매회사를 통해 미술품을 위탁 판매해 발생한 소득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유명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을 매입해 4년 만에 약 45억원의 양도 차익을 얻은 국내 한 미술품 딜러가 “사업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소장하다가 양도했으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지난 2월 A씨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미술품 판매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본 과세당국에 15억3000여만원에 대해 세금을 줄여 환급해달라고 했다가 거부되자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8년 1월 쿠사마 야요이 작가의 ‘호박’ 작품을 매입한 A씨는 4년 뒤인 2022년 1월 경매회사를 통해 위탁 판매해 45억2100만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
A씨는 이를 사업소득으로 신고했다가 다시 2023년 8월 사업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액을 감액 경정해 환급해 줄 것을 청구했다. 해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A씨의 판단이었다.
이에 종로세무서장은 잘못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A씨는 “사업자가 아닌 개인소장가의 지위에서 이 사건 미술품을 양도했으므로 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미술품 판매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2009년부터 개인·법인 사업의 개·폐업을 반복한 데다 2014∼2022년 9년간 타인 미술품 16점을 팔아 84억 5000여만원의 수입을 창출한 점을 토대로 이 거래도 사업 활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여기에 쿠사마 작가의 작품을 총 14회에 걸쳐 비교적 단기간인 3개월∼2년 이내에 판매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미술품 소매업을 영위한 기간, 수익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영리 목적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판매한 미술품이 상당히 고가로서 단기간 내 쉽게 거래되기 어려운 특성 등을 고려하면 미술품 거래 행위는 사업 활동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계속성과 반복성을 갖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위탁 판매했으니 사업소득이 아니라는 A씨 주장을 두고도 “사업소득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인적·물적 시설의 보유나 직접적 판매 행위는 필수적 요건이 아니다”라며 “위탁판매 방식을 택한 것은 거래의 편의성·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에 불과하고 최종적 이익이 귀속되는 이상 위탁판매 역시 실질적으로 원고의 계산과 책임하에 이뤄지는 판매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