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기여이력…”현실에 맞춘 후속 개혁 시급하다”
40년 설계에 실제 가입은 19년…국민연금의 높은 벽
반토막 난 기여이력…”현실에 맞춘 후속 개혁 시급하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이 노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면 단순히 가입자 수만 늘리는 형식적 대책에서 벗어나 가입자들이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인 실질 기여이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민연금은 생애 동안 총 40년 가입해 보험료를 내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돼 있지만 현실 속 국민들의 가입 기간은 이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 김혜진 연구위원의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재구조화를 고려한 국민연금의 향후 개혁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실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와 불안정한 초기 경력 구조로 인해 생애 전반에 걸쳐 충분한 연금 가입 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실제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022년 기준 19.3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래인 2070년이 돼도 이 기간은 27.6년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제도 설계상의 전제인 40년과 큰 간극을 보인다.
◇ 알바와 플랫폼 노동자도 당당한 가입자로
보고서는 연금의 노후 소득보장 기능이 실제 보험료 납부와 가입 기간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후속 개혁에서는 실질적인 기여 이력을 쌓을 수 있게 돕는 적용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우선 초단시간 노동이나 일용직 플랫폼 형태의 일자리에서 연금 적용 제외와 납부예외가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장가입자 적용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인공지능(AI) 확산 등 향후 고용환경 변화에 맞춰 다중사업장과 플랫폼 환경에서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실효성 있게 분담하고 징수할 수 있는 중장기적 실행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가입이력 형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소득이 없는 18세 이상 27세 미만의 청년이 원칙적으로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노후 준비의 출발 자체가 늦어지는 원인이 된다.
청년층이 더 이른 시기부터 가입이력을 만들 수 있도록 18세부터 가입 기반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청년기에 보험료 지원을 받아 가입이력이 한 번 형성되면 향후 휴직이나 실직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밀린 보험료를 내는 추후납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군대와 출산 공백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무기여 기간을 보전하는 크레딧 제도의 범위와 재정 책임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산과 군복무 외에도 실업이나 가족돌봄 같은 시기는 개인의 선택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회적 성격을 지닌다. 국가가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근로 경력을 가진 집단에만 유리한 제도로 남게 된다. 비용 부담 측면에서도 가입자 개인의 보험료나 기금에만 의존하기보다 국고 분담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
일례로 2025년 개혁에서 출산크레딧을 첫째 자녀부터 인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는 개선이 이뤄졌으나 이에 상응하는 국고부담 확대는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혜택을 나중에 주는 사후 인정 방식에서 미리 돕는 사전지원 방식으로의 전환도 과제로 제시됐다.
◇ 60세 퇴직과 65세 연금 사이 마의 5년 공백
가입을 마치는 연령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것도 시급하다.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으나 가입상한연령은 고정돼 있어 제도적 공백기간이 구조화된 상태다.
자발적으로 신청해 가입을 이어가는 임의계속가입 제도가 있지만 정보 접근성이 부족한 중장년 여성이나 저소득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된다.
특히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거나 계속 고용이 확대될 경우 일하는 기간은 늘어나는데 연금 가입은 조기에 종료되는 불일치가 발생하므로 가입상한연령과 수급연령의 정합성을 높이는 패키지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 정책을 단기 사후 보완에서 상시 기여 유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차 개혁을 통해 저소득 지역가입자까지 지원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나 기준소득월액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면 프리랜서나 영세 자영업자처럼 소득 변동이 큰 취약계층이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소득신고 과정에서의 왜곡 가능성과 평균소득월액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평성 있는 지원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2025년 3차 국민연금 개혁이 재정 지속가능성과 급여 적정성 논의를 진전시켰으나 기초연금 및 퇴직연금 재조정 논의가 병행되는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기능을 보완할 정교한 기반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개혁에서는 단순히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넘어 기여기반 확충과 기여공백 보전, 저소득층 수급권 확보 등을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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