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앞둔 근로감독관
중대재해 사건에 상당한 영향
‘검사와 상호협력’ 法에 명시
구체적 기준 없어 활용 미지수
공소청 출범을 앞둔 3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청사 유리에 공소청 심볼 마크와 검찰 깃발이 비쳐 보인다. 연합뉴스
오는 2일부터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지만, 검사가 특사경의 요청 없이도 수사 과정에 지도·조언할 수 있는 통로는 남는다. 중대재해처럼 특사경과 검사의 협업이 잦았던 분야에서는 ‘지도·조언’이 어느 범위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수사 실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특사경의 관계를 기존 ‘수사지휘’에서 ‘상호 협력’으로 전환한다. 현행법상 ‘특별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규정과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가 사라진다.
중대재해 사건은 변화가 직접 영향을 미칠 분야로 꼽힌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경찰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특사경인 근로감독관이 주로 수사한다. 그동안 근로감독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다.
대신 개정법은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지도·조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도 필요한 경우 지도·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날 제정된 ‘검사와 특별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에 관한 규정’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도 지도·조언할 수 있도록 했다.
관건은 직권 지도·조언이 실제 어느 범위까지 이뤄지느냐다. 법적 관계는 상호 협력으로 바뀌었지만 검사가 어떤 사건에서 직권으로 관여하고 어느 수준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협력규정은 직권 지도·조언의 서식과 절차 등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담기지 않았다.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과 고용노동부 파견검사를 지낸 홍정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전날 개정 형사소송법 세미나에서 “지도·조언 요청이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수사 실무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검사가 직권으로 지도·조언할 수 있는 경우가 중요한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검사의 직권 지도·조언이 없고 특사경도 이를 요청하지 않는다면 수사 개시부터 송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홍 변호사는 “이전에는 입건 전 내사로 시작해서 참고인 조사를 한 다음에 검사의 지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며 “이런 과정이 사라져서 수사 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지도·조언이 이뤄지는 사건에서는 송치 전부터 공소청 검사가 수사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송치 이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검사와 별도 협의 없이 특사경이 수사를 마친 사건은 공소청 단계에서 송치 의견과 다른 판단이 나오거나 보완수사가 요구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송치 전 지도·조언의 운용 방식과 함께 송치 후 공소청의 사건 검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