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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 처방에 경찰 조직 ‘부글부글’…"핵심 없는 재탕·삼탕"

순환인사·상피제 도입 등 고강도 쇄신안 발표

현장 “수사력 저하 및 하위직 연좌제” 거센 반발

“임시방편 재탕 불과” 민간 기구 실효성 의문도

전문가들 “소나기 피하기 아닌 구조 개혁 우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 대국민 담화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장윤기 사건’ 수사 이후 조직 전반을 뜯어고치는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평가는 시작부터 비판적이다. 핵심 대책이 기존 대책을 되풀이하거나 현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성 약화와 조직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은 연고 유착 차단과 외부 감시 제도화가 골자다.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고, 경찰관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연루된 사건은 타 관서로 보내는 ‘상피제’를 도입한다. 비위 전담 기구로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도 창설된다.

그러나 경찰 내부 반응은 냉소적이다. 우선 순환인사제 확대의 경우 전문성 결여와 단기 근무로 인한 책임 회피, 업무 효율 저하 등 다수의 부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본다. 수사는 정보원 관리와 제보망 확보, 지역 지리와 범죄 취약 요소 파악 등이 필수인데, 이러한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단 하나의 사건을 이유로 13만 경찰 조직 전체를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감정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상피제는 이미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등에 반영된 개념이다. 경찰 수사에서는 수사관이 사건 당사자와 친족 관계이거나 이해충돌이 있는 경우 직무에서 배제되는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오히려 임시방편적 대책에 불과한 탓에 직계 가족이 아닌 사적 친분이나 근무 인연을 고리로 한 수사 청탁 차단 방안은 담지 않았다고 꼬집는다. 경찰 내부에선 “이해관계자의 자진 신고가 없는 한, 현행 시스템으로 음성적 유착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토로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비리수사대도 실질적인 수사 기록 접근권과 조사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거 ‘시민감찰위원회’나 ‘시민청문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에도 출범은 했으나 권한이 없어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부장 직속이라도 기존 시·도경찰청의 감찰 기능을 이름만 바꿔 재편하는 수준이라면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위성만 앞세우기보다 치안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교한 보완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지역사회와 밀착해 정보를 얻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찰 활동의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작 한국 경찰이 지역사회와 거리를 두면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