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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맞춰 변제 계획안 냈는데… 회생위원은 "더 갚아라" [개인회생의 그늘 (上)]

근거없는 변제율 상향 권고 잇따라

금액이 적으면 기간 늘리도록 요구

채무자 재기 돕는 제도 취지 ‘충돌’

실제 개인회생 폐지된 사례 늘어나

개인회생 신청이 올해 상반기 8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적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법적 근거 없는 변제율 상향 요구와 회생위원 제도의 구조적 문제, 시장의 불투명한 관행 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개인회생 제도의 그늘을 짚어본다.

#. 지난 4월 개인회생을 신청한 A씨는 수원회생법원으로부터 변제금을 높인 계획안을 다시 내라는 보정권고를 받았다. 사건을 담당하는 회생위원은 “변제율 18.9%가 저조하다”며 생계비를 줄여 가용소득을 높이거나 변제기간을 60개월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의 소비 수준을 억제해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5월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B씨도 같은 법원에서 “총채무액 대비 변제율이 매우 낮다”며 월 가용소득을 높이고 변제기간을 60개월로 조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빚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아 재기를 돕는 개인회생 절차에서 오히려 법적 기준을 상회하는 실질적 ‘최저 변제율(빚 원금을 갚는 비율)’이 적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단순히 변제율이 낮다는 이유로 생계비를 줄이거나 변제기간을 늘리도록 요구하면서 채무자의 재기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30일 법원행정처 연구용역으로 지난해 10월 발표된 ‘개인회생절차의 지역편차 현황 및 해소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4개 법원 중 10곳에서 법정 기준을 넘는 변제율을 요구하는 실무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개인회생 담당 판사 16명, 회생위원 73명, 신청대리인 11명 등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상 최저변제액은 채무가 5000만원 미만이면 원금의 5%, 5000만원 이상이면 원금의 3%에 1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변제금은 소득에서 생계비를 뺀 가용소득(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소득)을 토대로 산정하며, 파산했을 때 채권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도 적용된다. 그러나 이 기준을 상회하는 최저 변제율 기준은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원회생법원에서는 변제율이 10% 미만이면 변제기간을 5년으로 늘리거나 가용소득을 높이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 광주지법에서는 과소비·도박 채무에 50% 이상, 사행성 채무에는 최대 80%의 변제율을 요구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변제기간 연장 사유로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이 64.4%로 가장 많았고, 낮은 변제율도 57.5%를 차지했다.

연구를 맡은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보고서에서 “‘변제율이 30%는 돼야 한다’는 식의 실무가 있다”며 “법에서 정한 최저변제율을 충족했는데도 이와 다른 변제율을 요구하는 것은 법에 반하는 행위이고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무에서도 기준점 없는 변제율 상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변호사는 “근거 없이 높아진 변제금을 못 내서 회생이 폐지되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투자실패 등 손실 액수까지 청산가치로 포함해 변제금을 높이는 실무를 조정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계속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실제 맡은 사건 중 변제율이 10% 미만인 경우를 찾기가 어렵고, 보통 20~30%에 맞추게 되는 것 같다”며 “5년치 계좌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면서 일일이 따지면서 높이려 들면 한도 끝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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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솔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