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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저지르고 신고하면 감경? 비판 부르는 경찰 자정안

의무 위반한 동료 내부고발

징계 책임 감경하거나 면제

자진신고자 감면안까지 포함

대책 발표때마다 보여주기식

“독립적 감시 구조 선행돼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청사.뉴스1

수사권 강화를 앞두고 잇단 비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경찰이 내부 통제 대책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다. 자진신고자 징계 감면안까지 포함된 고강도 자정안을 발표했지만, 경찰 안팎에선 실효성 검토 없이 임기응변식 미봉책만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1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내부 비위를 자진 신고한 경찰관의 징계를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인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외부 적발이 쉽지 않은 조직 특성을 고려해 제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전국적인 비위가 잇따르자 전방위 통제책으로 응수에 나선 것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뇌물 수수, 수사 정보 유출, 불법 긴급체포 등 일선 경찰관들의 범법 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며 지휘부가 거센 책임론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최근 광주 광산경찰서의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일어난 수사 서류 조작 사건에 이어 강남경찰서 소속 송모 경감이 필라테스 강사 출신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사기 사건 수사를 무마해 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이에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둘러싼 비판과 조직 내부의 자정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종결권 등 경찰의 강화된 권한에 걸맞은 도덕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향후 준칙 개정이나 협의체 구성 과정 등에서 검찰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결국 국회와 시민단체의 외부 통제 장치 강화 요구까지 거세지자 지휘부가 선제적인 자정책을 통해 조직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대대적인 자정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대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두고 우려가 여전하다. 형사처벌을 무릅쓰면서까지 비위를 자백할 경찰관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미 청탁금지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현행 법령에 이미 부패행위 신고자 감면 규정이 명시되어 있는 만큼, 불필요한 이중 규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현직 경찰관 A씨는 “현행법에 다 규정되어 있는 내용을 징계 규칙에 다시 명시한다고 해서 실현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경찰관 B씨 역시 “지금도 내부 고발이나 자진신고 이후 조직 내에서 쏟아질 불이익과 보복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전무한 상태”라며 “동료들의 눈총이나 인사 불이익 우려를 해소해 주지 않는 한 감경 규정 몇 줄 넣는다고 선뜻 나설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봉책을 늘리기보다 신고 시스템의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사권 개혁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감시 시스템을 확실히 개편해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제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휘부나 조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신속·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 감시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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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