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쟁점
관련사건 최소 11건 ‘집중’
대법은 엄격한 적용에 제동
‘재판청구권 침해’ 우려 지적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하는 ‘재판소원’이 시행 이후 2300건 넘게 접수됐지만, 실제 전원재판부 심리까지 이어진 사건은 1%가 채 안되는 20여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안 심리에 들어간 사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과 관련된 사건에 집중되면서 향후 재판소원 제도의 주요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4일 헌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자정 기준 재판소원 접수 건수는 총 2335건이다. 이 가운데 2184건이 각하됐으며, 이날 현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모두 23건이다.
전체 접수 건수와 비교하면 전원재판부까지 넘어간 사건은 1%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재판소원 제도가 법원의 모든 확정재판에 대한 사실상의 ‘4심제’로 작동하기보다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일부 사건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심리되는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 가운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둘러싼 사건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항소이유서 관련 재판소원은 최소 11건에 이른다. 전체 회부 사건 23건의 약 47.8%에 달한다.
쟁점은 민사소송법상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지 않은 경우,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항소법원은 신청에 따라 한 차례에 한해 제출기간을 한 달 연장할 수 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항소를 각하해야 한다.
이 제도는 항소사건의 쟁점을 조기에 정리해 항소심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2024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기간을 놓쳤다는 이유 만으로 본안 판단을 받을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만큼,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대법원도 최근 이 문제에 대해 항소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조하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25일 가등기말소 사건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면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도 법원이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로 항소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헌법상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에서 항소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 소송구조를 신청했지만, 관련 결정이 제출기간이 지난 뒤 항소각하 결정과 함께 송달됐다. 대법원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상황에서, 헌재가 관련 재판소원 사건을 잇달아 본안 심리에 올리면서 사법부 양대 최고법원이 같은 제도를 둘러싸고 각각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헌재가 향후 항소이유서 미제출을 이유로 내려진 개별 항소각하 결정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법원 재판을 실질적으로 뒤집는 초기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소원 사건 2335건 가운데 2184건이 이미 각하된 상황에서 살아남은 23건, 그중에서도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항소이유서 사건’이 재판소원 제도의 초기 판단 기준을 형성하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