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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봉 대기업 노조 잇단 '성과급 몽니'… 경영참여 요구까지 [재계 위협하는 하투 (1)]

기업간 비교 넘어 구성원간 갈등

단협 시즌 본격화되면 더 늘듯

‘노봉법 리스크’ 고민깊은 재계

하청교섭까지 겹칠땐 경영 불안

파업중인 삼성바이오3일 노동조합 전면 파업이 진행 중인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최소 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 성과 분배와 책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지방선거 이후 정년연장, 일터기본법, 근로자추정제 등 노동 입법도 신속히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법안 역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법안들로 분류된다.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극심한 노사갈등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까지 노사관계와 협상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파이낸셜뉴스는 노사갈등, 파업 위기 등과 관련한 기획기사를 통해 주요 현안을 들여다본다.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는 가운데 여름철 노동계 투쟁(하투) 우려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을 계기로 촉발된 성과급 배분 요구가 주요 대기업 노사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데다 원청 노조가 성과급과 경영참여를 동시에 요구하며 선제적 투쟁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 교섭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경영진이 복합적인 노사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업 수익의 분배를 둘러싼 충돌은 투자와 고용,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성과급 갈등 확산

3일 업계에 따르면 여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하투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유플러스 노조 등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경고를 한 상황이다.

올해 하투 특징은 삼성그룹 계열사가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부터 이미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 협상이 결렬될 경우 총파업 가능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고,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경고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하투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배분 기준과 연동 방식이다. 영업이익·순이익 등 경영 성과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면서 기업 간 성과급 수준 비교가 노사갈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임금 인상률 중심의 협상구조가 성과 배분 구조 논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호조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고액 성과급 사례가 등장했고, 이는 다른 기업 노조의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비교는 기업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큰 기업일수록 갈등이 심화되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DS)부문과 가전, 모바일 등 타 사업부 간 성과 격차가 노노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성과가 특정 부문에 집중되면서 내부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고 이는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단순 임금이나 성과급을 넘어 경영 의사결정 영역까지 교섭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안에 신규 채용,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사안에 대한 사전동의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경쟁력 약화 우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누적될 경우 투자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원 단위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 산업이다. 인건비 부담 확대는 곧 투자 축소 압력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 확대 요구가 구조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노사갈등 확산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둘러싼 비판 여론과 맞물려 사실상 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현재 갈등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성과급과 경영참여 요구는 기존 정규직 노조 중심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하청 교섭까지 본격화할 경우 노사갈등의 범위와 강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원청 단계에서 시작된 갈등이 협력업체까지 확산될 경우 산업 전반의 비용구조와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최근 대기업 파업은 노란봉투법과는 별도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요구한 경영 사전동의도 노란봉투법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다.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추가시켰다.

지침에 따르면 사용자의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때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특정 경영권 행사 전에라도 노동쟁의에 나아가거나 사전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정상희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