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원더스 매장 아르바이트
매장서 직접 도넛 제조해 판매
타 매장에 없는 메뉴도 많아
30종 넘는 메뉴 숙지는 필수
근무 전 8시간 안전교육 받아
출근시간부터 쏟아지는 주문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며 뿌듯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지난달 22일 박경호 기자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던킨 원더스 청담점에서 도넛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원더스 올리브 츄이스티 시리즈에는 우베 츄이스티, 아몬드 크런치 봉봉이 있습니다. 아그작 먼치킨, 호박 인절미 카스텔라 도넛도 추천 드려요.”
평소 빵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아하는 기자가 도넛으로 유명한 던킨 아르바이트 체험에 나섰다. 평소 던킨 메뉴 중 스트로베리 필드, 블루베리 필드 등 유명한 제품들을 꿰고 있어 자신만만했지만 체험 현장은 수준이 달랐다. 막상 주문을 받기 위해 결제 단말기(POS) 앞에 서니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하기 일쑤였다.
■”도넛 모양 뭉개질라 진땀”
지난달 22일 기자는 던킨의 특화 매장인 서울 강남구 던킨 원더스 청담점에서 일일 직업 체험을 했다. 이곳에는 다른 매장에 없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 생소한 제품들이 가득했다.
결국 이날 사수인 서정아 점장에게 단말기 조작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도넛왕’을 꿈꾸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현실은 도넛 제조는커녕 주문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도넛만 20여종이 넘는데다 핫샌드위치, 샐러드, 베이글까지 포함하면 30종이 넘는 메뉴를 숙지해야 했다.
그래도 사전 교육을 받고 메뉴를 간단히 파악한 뒤 당차게 단말기 앞에 섰다. 고객 응대 매뉴얼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던킨 원더스입니다. 드시고 가시나요? 포장이신가요?”로 시작한다. 이어 “SKT나 KT, 해피포인트 할인 있으신가요? 더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순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첫 손님이 왔을 때는 음료 주문이라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몰려드는 도넛 주문에 점장에게 금세 도움을 청했다. 서 점장은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한 달이 지나야 단말기를 잡을 수 있다”며 “처음 오면 보통 도넛 나열 및 청소 업무를 하는데 기자님은 하루 안에 다 체험해 봐야 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를 내려놓고 도넛 진열 및 음료 제조를 체험했다. 일반 던킨 제품은 공장에서 새벽에 도넛을 제조한 뒤 전국 매장에 유통한다. 반면, 원더스 매장은 매장에서 직접 도넛을 제조한 뒤 판매해 부드러움을 유지했다. 대신 도넛이 부드러워 너무 힘을 줘 잡으면 모양이 뭉개질 수 있어 세심히 다뤄야 했다. 손님이 담아온 도넛을 포장할 때도 뭉개지지 않도록 비닐로 주의해서 포장하느라 진땀이 났다.
몰려드는 음료와 베이글 주문도 쉽지 않은 업무였다. 30도를 넘는 더위에 출근해서 도넛을 아침으로 먹으려는 직장인들의 배달 수요가 겹치면서 음료 주문이 몰렸다. 아이스 커피는 물론, 비타슬러시 등 특화 음료까지 쉴새 없이 만들었다. 다른 매니저들은 “기자님, 아메리카노랑 카페라떼 2잔 포장해 주세요. 아메리카노 4잔 배달 주문이요”라며 연신 기자를 찾았다.
특히, 압구정동과 청담동 특성상 단체 외국인 관광객 방문도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평소 자주 먹던 도넛과 함께 커피를 주문했다. 정신없는 아침이었지만 커피를 즐기는 외국인 고객들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사진=박경호 기자
■달콤한 도넛 향기 뒤, 숨은 땀방울
근무 전에는 철저한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했다. 8시간짜리 인터넷 강의를 수료해야 던킨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가 가능해 기자는 전날 인터넷으로 해당 교육을 이수했다. 교육은 크게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 재해 예방, 위생 및 건강 예방에 대한 사항으로 이뤄졌다. 교육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위생 관리 실무를 익혔다.
오전 업무의 핵심은 매장 내 모든 식자재의 소비기한을 일일이 대조하고 관리 라벨을 부착하는 작업이다. 방문객이 급증하는 점심 및 오후 시간대에 앞서 재료 준비와 재고 점검을 완벽히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창고와 주방에 비치한 수십 가지 원부자재의 날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서 점장은 “식자재 관리의 기본은 철저한 선입선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엄격하게 기한을 점검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맛’과 ‘품질’ 때문이다. 정해진 기한을 조금이라도 넘기거나 관리 소홀이 발생하면 제품 본연의 풍미가 훼손된다. 쉴 새 없이 음료를 추출하고 위생 점검을 돕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도 높은 현장 체험에 체력은 완전히 방전했다.
서 점장은 “원래 오후 시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나 포장 및 배달 수요가 몰려 더 바쁘다”며 “기자님은 특별히 한가한 오전 시간부터 근무했다”고 귀띔했다.
평소 간단하게 즐기던 도넛이었지만 매장에 진동하는 달콤한 향기가 오늘따라 땀 냄새로 다가왔다. 불편할 수도 있는 기자에게 현장을 내어주고 친절하게 업무를 지도한 점장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매장을 나섰다. 직업 체험을 할때마다 그렇듯이 짧은 만남이지만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달콤함과 향기로운 커피로 다가왔던 던킨 매장. 체험을 하고나니 앞으로는 도넛을 고를 때마다 매대 뒤편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땀과 노력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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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애호가도 메뉴 외우는 건 힘들어… 땀냄새도 달았던 하루[잡(JOB)스러운 기자들]
서 점장은 “아르바이트생은 보통 한 달이 지나야 단말기를 잡을 수 있다”며 “처음 오면 보통 도넛 나열 및 청소 업무를 하는데 기자님은 하루 안에 다 체험해 봐야 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를 내려놓고 도넛 진열 및 음료 제조를 체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