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6.17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브렌트유선물 현황이 나오고 있다.ⓒ 뉴스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중동 전쟁 종전 이후에도 국제 유가 변동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오는 19일부터 적용될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연장하면서 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종전 합의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이란 간 최종 합의 이행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여부 등을 추가로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시장 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최고가격 고시 간격은 현행 4주에서 단축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7차 최고가격도 동결 무게…”아직은 지켜봐야”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는 이날 석유 최고가격제 연장 여부와 최고가격 수준을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 2차 최고가격부터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7차 조치에서도 최고가격은 현행 수준으로 동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이 격화됐던 지난달,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70달러대로 내려왔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8.96달러로 전월(5월 18일·112.10달러)보다 29.6%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73.1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6.05달러로 전월(107.89달러·108.66달러) 대비 각각 32.2%, 30.1% 내렸다.
중동 전쟁 평화협정 체결 이후 국제유가는 정부가 최고가격제 해제 조건으로 제시했던 배럴당 9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호르무즈 상황이 안정화되고, 국제 유가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주유소 공급가격이 최고가격 이하로 내려가기 전에 최고가격제도가 종료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 가능하면 90달러 이하로 내려와야 종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하락세에 정부 내부에서는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과 물가 안정, 시장 충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미국·이란 간 최종 합의 이행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여부,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최고가격을 조정하기보다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된 가격 조정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가격 상한을 낮추거나 제도를 종료할 경우 그동안 반영되지 못한 가격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시장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유사와 유통업계의 가격 조정 수요가 동시에 분출될 경우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상황이 많이 호전된 것은 맞지만 19일 예정된 MOU 서명 결과와 이후 국제유가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 내에서도 최고가격을 낮추자는 의견과 현행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료는 아예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최고가격을 낮출지 유지할지, 적용 기간을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고시 간격 단축 검토…”기계적으로 운영할 때 아냐”
정부는 최고가격 수준은 유지하되 고시 간격은 현행 4주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 고시 간격을 2주에서 4주로 늘려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4주 단위 체계로는 시장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뿐 아니라 하락 요인 역시 소비자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쟁 국면과 비교하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된 만큼 과거와 같은 강도의 가격 통제보다는 시장 기능을 일부 회복시키면서 국제유가 흐름을 탄력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유지하되 고시 주기를 단축해 국제유가 상승과 하락 요인을 소비자 가격에 보다 신속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2주 단위 운영 체계로 복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수시로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상황이 아주 호전돼 급속하게 유가가 안정된다면 바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적으로 운영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흐름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는 80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 굉장히 좋은 신호”라면서도 “당장 최고가격제를 풀었을 때 어떤 부담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