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중한 남덕 군”
“보고 싶어서 머리가 멍해질 정도입니다”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전시장 벽을 채운 것은 ‘황소의 화가’ 이중섭(1916-1956)의 굵은 붓질만이 아니었다. 한 장의 엽서, 한 통의 편지에 눌러쓴 문장과 필체가 그림만큼 크게 걸려 있었다.
특별전 ‘쓰다, 이중섭’은 우리가 익숙히 떠올려온 ‘국민 화가’의 상징을 잠시 내려두고, 전쟁과 이별 속에서 가족에게 매달리듯 써 내려간 한 인간의 언어로 이중섭을 다시 읽게 한다.
이번 전시는 엽서화, 편지화, 은지화, 유화 드로잉과 아카이브까지 총 80여 점을 내걸었다.
전시는 <쓰다>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사랑과 절절함 그리움과 시대 역사와 관객의 참여로 이어지는 여섯 개 섹션으로 이중섭의 삶을 재구성한다.
이중섭에게 편지는 단순한 안부가 아니었다. 6 25 전쟁으로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한국명 이남덕)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그는 편지와 엽서에 그림을 얹어 보내는 그림을 만들었다.
전시장에 걸린 편지화는 문장과 이미지가 따로 노는 법이 없다. 빈 종이 틈으로 아이가 들어오고, 가족의 얼굴이 글줄 위에 얹힌다. 문장이 그림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문장 자체가 그림의 일부가 된다.
전시의 또 하나의 축은 은지화다. 캔버스 대신 담뱃갑 은박지를 긁어내 만든 선은 얇지만 단단하고, 작은 흔적들은 가난과 집요함의 기록처럼 깊다.
유화와 드로잉, 신문 아카이브가 함께 놓이며 한 예술가의 전설이 어떻게 당대의 언어로 기록되고 소비됐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관객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는 참여형 공간까지 더해, 전시가 말하는 <쓰다>는 작가의 과거에서 관객의 현재로 이어진다.
이중섭은 1956년 마흔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남겨진 편지와 엽서는 이제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관객에게 사랑의 본질을 되묻는 문장으로 되돌아온다.
전시는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1월 30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5시 30분에 마감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8000원, 어린이 청소년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