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의 제3차 간접 핵 협상을 앞두고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 최고위급 인사가 협상 기간 중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이고 단호한 무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력히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협상장 주변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26일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국영 방송 연설을 통해 워싱턴이 협상 중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 군의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만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국민의 존엄성과 상호 이익이 존중되는 외교 테이블을 선택한다면 우리도 그 테이블에 함께할 것이라며 막판 외교적 타결을 향한 여지를 남겼다.
강경한 수사 속에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계산된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네바 회담은 중동의 전통적 중재자인 오만의 주도 하에 진행되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제네바에 도착한 가운데 양국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통해 외교적 해결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은 단호히 배제한다고 강조하며 이란의 핵 야욕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협상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기술적 검증 절차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기술 참관인 자격으로 이번 회담에 배석한다.
이란 정부는 우라늄 농축 한도 준수 등 자국의 핵 합의 이행을 공식적으로 인증할 권한이 기구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참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과거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선포한 대량살상무기 금지 종교적 칙령을 상기시키며 이슬람 공화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가 없음을 거듭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우려 불식에 나섰다.
그러나 양국 간 누적된 불신은 여전히 깊다. 이란 외무부는 자국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워싱턴과 이스라엘이 허위 정보 캠페인을 조장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해 6월 핵 협상 도중 발생했던 이스라엘과 미국의 소행 추정 공격을 언급하며 기만과 허위 정보로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기로 결정하고 회담 도중 공격을 가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이란 국민의 거센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번 제네바 회담이 벼랑 끝에 선 중동의 취약한 균형점을 찾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잇따른 무력 충돌과 뿌리 깊은 갈등으로 이미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동 정세 속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 전면적인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