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턱밑인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쿠바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쿠바 영해를 침범한 미국 등록 쾌속정과 쿠바 해안경비대 간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25일 (현지시간) 쿠바 내무부 및 관영 매체 그란마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쿠바 비야클라라주 코랄리요 인근 북부 해안에서 벌어진 양측의 무력 충돌로 쾌속정에 탑승했던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은 플로리다주에 등록된 쾌속정이 엘 피노 운하 북동쪽 카요 팔코네스 해역을 불법 항해하던 중 쿠바 국경수비대 소속 경비정에 적발되며 시작됐다.
쿠바 당국은 "신원 확인을 위해 접근하는 순간 쾌속정에서 선제 사격이 가해져 쿠바 측 사령관이 부상을 입었고, 이에 즉각적인 방어 사격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쿠바 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유혈 사태다.
사태의 핵심은 사상자들의 신원과 침투 목적이다. 당초 쿠바 정부는 이들을 신원 미상의 '외국인 공격자'로 규정했으나, 이후 추가 발표를 통해 쾌속정 탑승자 10명 전원이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계 인사들이라고 밝혔다.
아바나 당국은 이들이 중무장을 한 채 테러를 목적으로 자국에 잠입하려 했다며, 사망자 및 생포된 용의자들의 실명까지 공개해 비난의 화살을 워싱턴으로 돌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쿠바 측의 일방적 주장에 강한 의구심을 표출하며 독자적인 진상 규명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건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카리브 공동체(CARICOM) 정상회의 참석차 세인트키츠 네비스를 방문 중인 시점에 터져 나와 그 파장이 더욱 크다.
역내 지도자들과 쿠바의 인도주의적 위기 및 이민자 유입 통제 방안을 논의하던 루비오 장관은 "쿠바 정권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미 국토안보부 및 해안경비대를 통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국제 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경제 제재와 에너지 부족으로 힘든 쿠바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 이번 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간의 해묵은 갈등에 10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카리브해의 긴장감은 한동안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