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조2435억 ’20년 만에 최저’
국가재정 확장속도 따라가지 못해
의무지출 증가로 예산 확대 ‘난항’
CPTPP 대응위해선 예산 5% 필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산 규모 자체도 5년 전과 비교해 줄었다. 국가 예산에서 농업 비중 역시 20년간 하락세로 최저치다. 전체 재정의 확장 속도를 농업 예산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농지전수조사 등 반발이 큰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재정 우선순위에서 농업을 미루자 농업계는 ‘홀대론’을 제기하고 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국가 R&D 본예산은 8조763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농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을 합한 농업 R&D 예산은 4553억원, 전체의 5.2%였다. 비중은 2016년 5.0%(9532억원), 2026년 3.4%(1조2008억원)로 하락했다.
내년 정부안은 1조2435억원, 전체의 3.1%다. 규모도 2022년 1조3080억원, 2023년 1조3456억원 대비 줄었다. 최근 5년간(2022~2027) 국가 R&D가 연평균 6.6%씩 팽창하는 동안 농업은 오히려 5년 전이 더 컸던 셈이다.
전체 예산에서 농업 비중도 가장 낮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2006년 본예산은 222조원이다. 농림수산식품 분야는 15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6.8%였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6년 5.0%(19조4000억원), 지난해 3.8%(28조원)로 쪼그라들었다. 내년 정부안은 30조7000억원, 3.7%로 더 줄었다. 20년간 농업 예산 비중이 전년 대비 오른 해는 2024년(3.8%→3.9%)뿐이다. 최근 5년간 국가 예산이 연평균 6.2%씩 늘어나는 동안 농림수산식품 증가율은 5.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예산보다 R&D 비중이 다른 산업보다 축소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업은 연구를 수행할 대기업이 많지 않아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어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 협·단체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기업이 아니라 농민 중심이다. 큰 기업이 연구를 출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을 봐도 농업은 국책연구소가 많다. 고령화·농촌소멸로 스마트팜, 그린바이오 등 정부 주도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농업 미래 투자가 다른 분야에 밀리는 동안 예산 체질은 경직성 비중이 커지고 있다. ‘공익직불제’ 등 의무지출이 늘어서다. 향후 농업 R&D 예산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예산에서 의무지출은 10년 전인 2017년 2조9084억원에서 내년 3조6844억원으로 26.7% 증가했다.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 비중도 10.2%에서 16.6%로 올랐다. 더욱이 농식품부 내년 예산안에는 의무지출 항목으로 ‘농산물가격안정제’ 91억원이 새로 도입됐다.
농업계는 농업 R&D 내년 예산안이 올해 대비 3.6% 증가에 그친 것을 지적했다. 국가 R&D가 11.2% 늘어난 것에 미치지 못해서다. 또 CPTPP 가입 추진 등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선 농업 예산 비중 5%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농업 예산 5%를 공약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노만호 상임대표는 “최근 농민 불만이 큰 것은 수십년간 지속돼온 예산 홀대의 결과”라며 “기획처는 농업 예산 자체는 늘었다고 설명하겠지만 산업 논리로 식량안보 가치를 책정할 순 없다”고 전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업과 농촌은 산업적 효율성이라는 잣대 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식량안보이자 생태·환경을 지키는 국가 기본 인프라”라며 “기후위기와 개방 압력 속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원적 가치를 반영한 국가 R&D와 예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R&D에서 인공지능(AI) 등이 농업 보다 우선순위가 앞선다고 해명했다. 예산 역시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는 선진국 경제구조, 농업인 감소, 복지 의무지출 증가 등으로 불가피하다고 봤다.
농업 조세지출도 얽혀있다. 지난해 GDP에서 농림식품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지난달 예산안 브리핑에서 “농업 분야가 총지출에서 몇 퍼센트인지 정해서 재원을 배분하진 않는다”며 “예산안을 편성할 땐 정책 상호간 우선순위를 감안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