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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베풀고 총칼을 거두라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 교황의 평화 호소

교황 레오 14세가 성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아 전쟁 종식과 평화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바티칸 뉴스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수만 명의 신자가 모인 가운데 즉위 후 첫 성지 주일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예수가 ‘평화의 왕’임을 강조하며,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하느님은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를 듣지 않으신다”며 “자비를 베풀고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특히 종교를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최근 두 달째 접어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그리고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사회의 긴장 국면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너희의 손에 피가 가득하다면 아무리 기도를 올린들 하느님은 듣지 않으실 것”이라며 이사야서의 구절을 인용해 전쟁 주체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교황은 삼종기도를 통해 분쟁의 최전선에 놓인 중동 지역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각별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무력 충돌로 인해 성주간 전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제 사회에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경로 모색을 당부했다.

실제로 이날 예루살렘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가톨릭 지도부의 성묘 교회 입장이 차단되는 등 수 세기 만에 처음으로 성지 주일 행사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아울러 교황은 분쟁 지역의 해상 노동자들과 최근 크레타 섬 인근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민들을 언급하며, 인류 보편적 형제애의 회복을 강조했다. 강론 말미에는 평화 운동가 토니노 벨로 주교의 말을 인용, 성모 마리아에게 전쟁의 고통이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맡겼다.

이번 성지 주일 미사를 시작으로 교황은 본격적인 성주간 일정에 돌입한다. 성목요일에는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발 씻김 예식을 거행하며, 성금요일에는 콜로세움에서 십자가의 길 예식을 주례할 예정이다.

2025년 5월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는 취임 초부터 ‘경청’과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분쟁 지역에 대한 인도적 개입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번 강론은 단순한 종교적 수사를 넘어, 신앙을 명분 삼아 무력을 행사하는 각국 지도자들을 향한 준엄한 경고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