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생활형 기부 확산
아시아나와 기내 동전모으기 캠페인 32년
승무원들 승객에 참여 독려 169억원 모여
전국 CU 매장엔 모금함 설치 누적 27억원
POS단말기 활용 디지털 소액기부도 도입
기창건설 1000원 미만 급여끝전 모아 전달
YES24 회원 기부 포인트 현금화해서 동참
“1%가 모여서 전세계 어린이에게 기적 시작”
치료식·백신 지원·교육환경 개선 등에 쓰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94년부터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창건설은 지난 2012년부터 근로자들의 1000원 미만 급여 끝전액을 모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해오고 있다. 근로자들의 급여 끝전이 십시일반 모이고, 여기에 기업의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기부가 더해지며 누적 기부금은 2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1년 캠페인 시작 후 현재까지 ‘사랑의 동전 모으기’ 모금함을 통해 모인 누적 기금은 27억여원에 이른다. 4 공책을 지원 받은 아프리카 어린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제공
‘기부’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은 거액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산가나 대규모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한 가장 큰 힘은 의외로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꾸준한 참여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갑 속에 남아 있던 동전, 급여에서 빠져나간 끝전, 사용하지 못한 채 남아 있던 포인트와 마일리지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금액들이 모여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희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소액 기부를 ‘1%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아주 작은 1%가 모이면 어린이들에게는 100%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기부 문화 역시 과거처럼 특별한 날 큰 금액을 후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참여하는 ‘생활형 기부’로 변화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 기부는 새로운 나눔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기부가 일부 사람의 선행이나 특별한 결단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와 생활, 일상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형 기부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2년째 하늘 위 나눔…’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대표적인 사례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994년부터 함께 진행해온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Change for Good)’ 캠페인이다. 해외여행을 마친 뒤 지갑이나 서랍 속에 남겨지기 쉬운 외국 동전을 모아 지구촌 어린이를 돕는 것으로 여행이라는 일상 속 경험을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남은 외국 동전은 환전이 어렵거나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집 안 서랍이나 가방 안에 외국 동전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는 이처럼 활용되지 못하고 남겨진 동전을 어린이를 위한 기부로 연결하며 생활 속 작은 행동이 사회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캠페인은 32년 동안 이어지며 국내를 대표하는 생활형 기부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모인 누적 기금은 169억원에 달한다. 작은 동전 하나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모이며 큰 변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 캠페인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승객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승무원들은 비행 중 직접 캠페인을 안내하며 승객들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특히 2004년 출범한 아시아나항공 봉사단 ‘OZUNICEF’는 기내 모금을 적극 독려하는 것은 물론 휴무일에도 동전 분류와 계수 봉사에 참여하며 캠페인의 실질적인 운영을 지원해왔다. 수많은 외국 동전을 직접 분류하고 세는 작업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승무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32년 동안 캠페인의 의미를 이어왔다. 기내에서 시작된 작은 동전 모으기는 단순한 모금 활동을 넘어 여행과 나눔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1%의 기적’은 하늘 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생활 속 나눔은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 편의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지난 2011년 BGF리테일과 협약을 맺고 전국 CU 매장에 유니세프 모금함을 설치해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들은 물건을 구매한 뒤 남은 잔돈이나 동전을 모금함에 넣는 방식으로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편의점은 누구나 쉽게 방문하는 생활 공간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적인 소비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거창한 결심 없이도 생활 속에서 손쉽게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밀착형 기부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CU 모금함을 통해 모인 누적 기금은 27억원에 달한다. 고객들과 점주들의 참여로 마련된 기금은 베트남과 몽골 등 아시아 지역 어린이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작은 동전들이 모여 어린이들의 배움과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부터 급여 끝전까지…일상 속 나눔
BGF리테일은 지난 11월부터 전국 1000여개 CU 무인 점포에서 POS 단말기를 활용한 ‘착한 100원 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고객이 신용카드 결제를 마친 뒤 POS 화면에서 직접 100원 기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방식이다.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환경 변화 속에서 기부 문화 역시 디지털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무인점포 이용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 기반 소액 기부 방식은 일상 속 참여 문화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금액은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형 기부의 새로운 모델로 이어지고 있다. 일터에서도 ‘1%의 기적’은 이어지고 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 속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급여 끝전 기부’가 대표적이다.
기창건설은 지난 2012년부터 근로자들의 1000원 미만 급여 끝전액을 모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해오고 있다. 근로자들의 작은 참여에 기업의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기부가 더해지며 누적 기부금은 2억원을 넘어섰다.
■디지털 시대 ‘착한 100원’과 포인트 기부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활용한 기부 문화도 꾸준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용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이른바 ‘잠자는 포인트’ 역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한 소중한 기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YES24는 지난 2022년 회원들이 기부한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해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 일상 속 소비 과정에서 차곡차곡 적립된 포인트가 위기 상황 속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자원으로 다시 사용된 사례다. 포인트 기부는 소비자가 별도의 현금을 지출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사용기한이 지나 사라질 수 있었던 포인트가 어린이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자원의 새로운 활용 방식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금액도 실제 구호 현장에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 500원이면 영양실조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어린이에게 단기간 영양 회복을 돕는 치료식(RUTF) 1봉을 지원할 수 있다. 1000원이면 소아마비 예방백신 4회분을 지원할 수 있으며, 3000원이면 말라리아 모기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살충처리 모기장 1개를 지원할 수 있다. 또 5000원이면 배움의 기회를 잃은 어린이에게 공책 10권을 전달할 수 있다. 작은 금액이라고 해서 현장에서의 의미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영양실조 치료식과 예방백신, 모기장, 학용품처럼 기본적인 지원 물품은 어린이들의 생명과 건강, 교육환경과 직접 연결된다.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잔돈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강조하는 ‘1%의 기적’은 단순히 소액 기부를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별한 사람만이 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일상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작은 실천이 모이면 사회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미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기부는 결코 거창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들의 작은 1%가 모이면 어린이들에게는 희망의 기적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1%의 기적’을 통해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1%의 기적’에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