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2패 34위 ‘역대 최하위’
정몽규·홍명보 불명예 퇴진
투명한 쇄신이 절실한 시점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왼쪽),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민국 축구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여정은 짙은 아쉬움과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역대 최하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참사의 책임을 진 사령탑과 대한축구협회 수장은 연이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기록될 가장 뼈아픈 실패이자, 대대적인 개혁의 신호탄이 쏘아진 셈이다.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의 악몽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멕시코 사포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성적표는 처참했다. 1차전 체코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으나, 이어진 멕시코전(0-1 패)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0-1 패)에서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진출의 희망을 품고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따졌지만, 결국 타 조경기 결과에 밀려 32강행 티켓을 놓쳤다. 최종 순위는 34위. 과거 32개국 체제였다면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한 것과 다름없는 성적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1무 2패) 이후 명예 회복을 노리며 12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지만, 비교적 수월한 조 편성에도 불구하고 도합 1승 1무 4패라는 기록만 남긴 채 또다시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걷게 됐다.
사령탑의 몰락은 곧 수뇌부의 퇴장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의 굵직한 물줄기를 이끌어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지난 6일 임원회의를 끝으로 전격 사임했다. 지난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해 4선 고지에 오르며 13년5개월 동안 협회를 이끌었으나, 결국 월드컵 성적 부진과 그간 누적된 논란의 책임을 피하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초 정 회장은 월드컵 폐막 이후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비판 여론과 조직 정상화의 시급성을 고려해 사퇴 시기를 앞당겼다. 재임기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록했지만,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시비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등 연이은 악재가 겹치며 씁쓸한 뒷모습을 남겼다.
수장과 사령탑을 동시에 잃은 한국 축구는 이제 뼈를 깎는 쇄신의 시험대에 올랐다.
최악의 성적표로 마무리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바닥까지 추락한 팬들의 신뢰를 되찾고 진정한 반등을 이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원인 분석과 투명한 쇄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