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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움직이는 무대… 끊임없이 폭발하는 감정선

뮤지컬 ‘드라큘라’ 3년 만에 귀환

브로드웨이 공연에 없는 넘버 추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로 분한 전동석. 오디컴퍼니 제공

뱀파이어에 매혹된 루시 역 이아름솔이 ‘공포와 욕망이 타오르는’ 감정을 안개 속을 헤매듯 섬세하게 노래하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이어 400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순정남’으로 재해석된 드라큘라 역 전동석이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자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극 초반 기괴한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 드라큘라가 약혼자가 있는 미나에게 호감을 드러낼 때만 해도, 오늘날의 스토킹을 연상시키며 다소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막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고전 IP의 생명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공포의 상징이었던 흡혈귀를 영원한 상실을 짊어진 비극적 연인으로 다시 그려낸 작품이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 소설이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불안과 욕망을 담아냈다면, 뮤지컬은 그 가운데 ‘영원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3년 만에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이번 공연 역시 이러한 장점을 고스란히 살렸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는 고딕풍 무대와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극적인 서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작품 특유의 매력을 완성한다.

무대는 4중 턴테이블과 20개의 거대한 기둥 세트를 중심으로 쉼 없이 움직인다. 회전하고 재배열되는 공간은 장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영상과 조명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딕 로맨스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살린 의상도 인상적이다. 특히 여러 겹의 러플 장식이 더해진 미나의 흰색 실크 드레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다잡으면서도 결국 드라큘라에게 이끌리는 미나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드라큘라’는 한국만의 연출과 무대, 음악을 더한 논레플리카 버전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에는 없는 신곡 3곡이 추가됐는데, 드라큘라가 자신의 운명을 고백하는 ‘쉬(She)’와 반 헬싱의 결의를 담은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등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드라큘라의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사랑을 소유라고 믿었던 그는 평생 자신을 추적해온 반 헬싱과의 대립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마지막은 괴물의 최후가 아니라 오랜 저주를 끝내는 구원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전동석이 있다. ‘드라큘라 장인’, ‘로맨스 장인’이라는 별명답게 감미로움과 강렬함을 오가는 독보적인 음색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미나 역 박지연은 부드러운 음색 속에 단단한 힘을 품은 가창으로 극의 중심을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루시 역 이아름솔은 단연 돋보인다. 풍부한 감정선이 살아 있는 가창으로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10월18일까지 LG아트센터.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