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6일 오전부터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구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2026.8.6 ⓒ 뉴스1 김영운 기자
아직 감독도 없는 한국 대표팀은 9월 말부터 A매치 4연전을 소화해야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찰이 6일 오전부터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구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의 모습. 2026.8.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가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있을까 싶은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후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렸다. 홍 전 감독은 경찰 조사도 받았으며 축구협회 사무실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과거 외국 심판들에게 협회 법인카드로 성접대했다는 경악할만한 사실까지 공개되며 축구협회는 그야말로 ‘몹쓸 집단’이 됐다.
협회 내부는 시쳇말로 ‘멘붕(멘털 붕괴)’ 상황이다. 통상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더 고역이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청문회를 위해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 정리만 1만페이지가 넘었다. 청문회 후 추가 자료 요구도 있었다. 거기에 압수수색(6일)도 들어와 직원들이 모두 사무실 밖에 나가 있었다”면서 “협회는 지금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다. 부서별, 직원별로 각각 움직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중심을 잡아야할 리더가 없으니 더 혼란스럽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회장도 없고 축구대표팀 사령탑도 없다. 이런 와중에 당장 9월 24일부터 10월6일까지 보름 넘는 기간 동안 A매치 4연전을 국내에서 치러야한다. 임시 감독 선임부터 홍보와 마케팅까지, 해야 할 일이 넘치는데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한 팀장급 관계자는 “A매치 4경기면 사실상 대회 수준의 일정이다. 준비해야할 것이 너무 많은데 관련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괴로운 실정”이라면서 “A매치가 당장 다음 달인데 감독도 없다.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 국가대표지원팀에서 임시 감독 지원 서류는 제대로 받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구협회를 향한 불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온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현 상황은 북중미 월드컵 실패가 불을 지핀 영향이 크다. 따라서 대회 후 처음 열리는 첫 A매치 기간은 축구협회 입장에서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은 4연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년부터 A매치 규정을 일부 변경했다. 연간 5차례 주어지던 A매치 기간을 4차례로 축소하면서 기존 9월과 10월에 각각 나눠 쓰던 A매치 기간을 묶어 최대 4경기를 치르도록 변화를 줬다.
일단 상대는 정해졌다. 감독 없이 표류하는 한국대표팀은 9월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9월28일), 베네수엘라(10월2일), 우즈베키스탄(10월6일)을 차례로 만난다. 모두 국내에서 열리지만 아직 장소 등 결정되지 않은 것들이 꽤 많다.
축구협회 마케팅 관계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에도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땐 새롭게 시작되는 A매치 주간에 어떻게 캠페인을 진행해 대표팀과 축구협회의 이미지를 개선할 것인가 고민했고 컨설팅도 진행했다”며 과거 비슷한 시기를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장소 협의와 확정을 위해 경기장 실사를 진행 중인데 지자체 반응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A매치 유치에 적극적이었는데 지금 시선은 곱지 않다”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을 밝혔다.
가장 큰 괴로움은 의욕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고를 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남아서 욕먹고 일까지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의 ‘선망의 직업’ ‘꿈의 직장’이라 불리던 대한축구협회에 어렵사리 입사한 이들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청문회에 압수 수색에,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냥 슬프다”면서 “무엇보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본들 무엇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