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바닷 바람이 불지만 차갑지가 않다. 등대 전망대(아파트 4층 높이)에 오르니 푸르른 하늘과 검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검푸른 바다 모습이 장관이다. 그래서 ‘감동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망대 좌우로 펼쳐진 동해안의 해안선이 하얀 물거품을 일렁이며 경이롭게 보인다. 바다 위를 달리는 각종 선박이 그림처럼 떠다닌다. 아름다운 그림 같은 동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는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맞이길의 명소 묵호등대전망대다.
강원도 동해시는 힐링의 도시답게 여유가 있어 보이는 도시다. 동해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닷 바람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도시다. 일상에서 여유가 필요하다면 잠시 힐링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동해시 묵호등대전망대를 추천한다. 일상에서의 여유와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는 재밌는 공간이다. 동해는 유럽의 산토리니처럼 낭만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도시다.
묵호항 논골담길에 도착했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여기까지 오셨냐고 기쁘게 환영하는 인사 같다. 해변 방파제 앞에는 이색적인 모습의 화장실이 있다. 해랑전망대에서 봄 바다의 향기를 맡으며 도째비골 논골담길의 여행은 시작된다. 탁 트인 망망대해에서 봄 바다의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 아래에는 파도가 용트림하는지 하얀 물거품을 내 뿜는다. 해랑전망대란 바다 위에 조성된 유리 바닥의 교량과 전망대를 말한다. 그 길을 따라 바다 위를 걷는다.
해랑이라는 말은 태양과 바다가 함께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교량에는 도깨비 영역으로 들어가는 의미가 있는 파란색 진입 터널이 있다.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바다의 파도를 발 아래에서 느낄 수 있도록 유리 바닥과 메쉬 바닥으로 구성한 해상 교량이다. 해랑전망대를 한 바퀴 돌고 돌아 묵호등대를 향해 논골담길을 따라 오른다. 작은 계단으로 이어진 길은 작은 집들 사이로 연결된 좁은 길이다. 뒤돌아보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논골담길에는 각종 벽화가 옛날 어부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그림들이 있다. 잠시 쉬어 가시라고 발길을 잡는다.
도째비골은 깍아지른 가파른 절벽에 있는 이색적인 마을과 등대 모습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계단이 여기저기 조성되어 있어 다양한 코스를 선택하여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웅장하게 서있다. 그런데 관광객들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스카이밸리가 보수 공사 중인지 인부들 모습만 보인다. 도째비란 말과 논골담길은 어떤 유래이며 의미일까?
논골담길이란? 과거 묵호항을 중심으로 어부와 가족들이 살았던 산비탈 마을을 말한다. 옛날 집들은 대부분 판잣집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마을 모습은 스레트와 함석 등으로 재건축된 마을로 조성된 집이다.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한 마을 풍경이다. 논골에는 덕장길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옛날 산비탈의 비좁은 공간에는 소나무로 만든 많은 덕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 덕장은 어부들이 잡아 온 오징어와 대구, 가오리 등 각종 생선을 말렸던 시설물을 말한다.
동해시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묵호 등대마을을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 골목에 다양한 주제와 묵호만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마을이 조성된 것이다. 논골담길에서 옛 향수를 느끼며 논골 주민들의 삶을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마을 길은 4갈래로 조성되어 있어 어떤 길을 찾아가도 마을 길은 전부 연결되어 있다. 논골담길 마을 정상에 묵호등대가 있다.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밑에서 상상했던 마을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 연출된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신비스럽다. 탁 트인 전망이 좋은 위치이며 큰길로 이어지는 마을길이다.
묵호 지방에서는 도깨비를 도째비로 사용하는 방언이라고 한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묵호등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스카이밸리는 동해의 멋드러진 풍광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전망대와 각종 체험장이 조성되어 있다. 도째비골이란 어두운 밤에 비가 내리면 푸른빛들이 보여 이를 도깨불이라고 한다. 2021년 6월에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개방됐다. 이곳에는 스카이워크와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슬라이드(원통형) 등이 있다. 또한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째비아트하우스 등 각종 시설물과 편의점들이 있다고 한다. 공사 중으로 입장할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눈으로 답사한다.
묵호동대에 도착이다. 해랑전망대에서 본 등대 주변은 완전 다른 모습이다. 넓은 주차장과 대형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다. 주차장에는 등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횃불을 상징하는 형상의 조각품이 있다. 여기저기가 사진찍기 좋은 명소들이다. 도째비 스카이밸리를 입장하는 매표소는 굳게 닫혀 있다. 등대 전망대로 향한다. 아파트 4층 높이의 원통형 계단을 따라 오른다. 등대전망대에 도착했다. 동해시가지와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360도 전망대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온다. 북쪽으로 동해의 명산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이 안개 속에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묵호등대는 1963년 8월부터 불빛을 밝혔다고 한다. 묵호등대는 묵호항을 중심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동해를 운행하는 각종 선박과 묵호항을 찾은 선박들의 안전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다. 묵호등대 불빛은 약 48km(26해리)에서도 등대 불빛의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묵호등대를 배경으로 1968년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영화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또 2013년 SBS에서 방영된 일일드라마 ‘상속자들’ 등이 촬영된 장소라고 한다.
도째비골 논골담길의 각종 벽화는 절벽 마을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묵호의 삶이요 향기처럼 보인다. 묵호동 바닷가에는 물새가 많았다고 한다. 새도 검고 바다도 검다는 의미로 먹물 묵 '墨'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벽화에 가슴이 먹먹하게 하는 시들이 있다. 바람 앞에 내어준 삶 바비와 남편을 삼킨 바람은 다시 묵호 언덕으로 불어와 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린다. 남은 이들을 살려낸다. 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이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이다. 죽은자가 산자를 살리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시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버지 혼불의 바다 나서는 아버지 늘 거기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얀 선체 푸른 깃발 달고 항해하는 곳 어디든 끄떡없었다. 언젠가 내게 알려주시던 그 바다 어부가 섬기는 혼불이 있다는데 세월 가며 바라 봤어도 그 빛을 볼 수 없어 파도 못 맡겨도 배만 덩그러니 서 있는 곳에 온종일 마주 서서 찾아 헤매도 아버지 넋 찾지 못했다. 어부들의 삶을 나타내는 시다. 묵호 사람들은 오징어와 함께 살아온 삶이다. 하지만 지금 오징어도 점차 사라지고 명태는 찾아볼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묵호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촛대바위까지는 해파랑길 33코스(13km)다. 묵호항을 따라 감추해변과 동해역을 지나 촛대바위까지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해파랑길이다. 감추해변은 작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이다. 근처에 신라 선화공주의 전설이 있는 감추사가 있다. 추암해변은 기암의 해안절벽과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명소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나타나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해암정은 절경이다. 촛대바위에 도착이다. 예전에 보지 못한 역사가 있다. 추암역이다. 무인역사이지만 고객대기실은 있다.
촛대바위 입구에 해암정이 있다. 이 정자는 고려 공민왕 때 벼슬을 사양하고 낙향한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가 세운 정자라고 한다. 이 정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풍월을 즐겼다는 정자라고 한다. 정자 안을 살피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내부에는 조선 한명회가 썼다는 능파대기를 비롯하여 많은 명사의 글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해암정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그 어느 곳 일출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하얀 바위 군락지 능파대로 향한다.
능파대는 인근 하천과 바람,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쌓여 육지와 연계된 촛대바위와 같은 암석 기둥을 말한다. 암석 기둥을 라피에라 하는데 석회암이 지하수의 용식작용으로 형성된 바위기둥을 말한다고 한다. 촛대바위 부근에는 이와 같은 바위가 죽순처럼 속아있다. 추암 부근의 이런 바위 모습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규모가 크고 한국을 자랑하는 석탑이라고 한다. 촛대바위 부근에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양머리바위 등이 있다고 한다.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능파대 정자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는 동해 모습은 한폭의 동양화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의 정 동쪽이 추암해변이라 한다. 추암바위는 조선시대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능파대란 그림이 있다고 한다. 이 화첩은 1788년 조선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김홍도가 44세에 그린 화첩이라고 한다. 능파대 정면에 촛대바위가 보무당당하게 위엄있는 모습으로 서있다. 촛대바위에서 조각공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출렁다리(120m)가 있다. 동해의 하얀 파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의 출렁다리다. 작은 동산을 돌아서면 표현하기 힘든 모습의 조각상들이 서있다.
4월 동해의 봄철 음식은 물가자미다.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물가자미를 세꼬시하여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구수한 향을 느끼게 하는 꿀맛이다. 또한 동해에는 추억의 음식 곰치국이 있다. 곰치를 일부 지방에서는 물곰이라 부르기도 한다. 생김새가 곰처럼 생겼다 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신선한 국물 맛이 속을 후련하게 풀수 있는 음식이다. 후물후물한 곰치국 국물이 담백하다. 걷기의 즐거움은 그 지방의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어 행복이다. 오늘도 걷기의 고단함이 따르지만 힐링하며 보상받는 멋과 맛이 있어 늘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